독서의 계절 가을인만큼 많은 책들을 읽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김대리가 죽었대'라는 책은 제목이 관심을 끌었다.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가늠한 내용은 직장내 괴롭힘이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사건을 다루는 내용일 것 같았다. 하지만 '가짜뉴스'라는 주제를 담은 내용이었다.
1.책소개
'김대리가 죽었대'를 집필한 서경희 작가는 2015년 '미루나무 등대'로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극단 다파에서 대표로 활동하기도 하였으며 경주시립 극단에서 배우로도 활약했다. 대표작으로는 '수박 맛 좋아', '꽃들의 대화', '하리' 등이 있다. '김대리가 죽었대'로는 제 3회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서경희 작가는 '김대리가 죽었대'를 여러번 수정하는 수고 끝에 완성하였다고 말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은 현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작가는 '김대리가 죽었대'를 통해서 현세대에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 '루머' 등에 대해서 통렬하게 드러내고 싶었다고 했다.
김 대리가 죽었대』는 여러 번 고쳐 썼다. 그만큼 고민이 많았다. 소설은 현시대를 담는 거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소설을 쓸 때 당대 어젠다를 주로 다뤘다. 루머와 가짜 뉴스가 판치고 이슈가 이슈를 덮는 현 세태를,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김 대리가 죽었대』에 녹여 내고 싶었다. 김 대리는 누구인가. 실존하는 사람이 맞긴 한 것일까. 김 대리가 누구인지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남기려 노력했다. 아마 각자 생각하는 김 대리는 모두 다르지 않을까. 내가 쓴 소설에는 해답이 없다. 해답이 있었다면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질문하는 소설을 꾸준히 쓰고 싶다. - < 김 대리가 죽었대, 서경희 > 중에서
2.줄거리
비가 억쑤같이 쏟아지고 곳곳에 시위대로 정신없던 어느날 아침. 회사에 '김대리가 죽었다'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김대리로 말할 것 같으면 회사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풀었던 인기인이었다.
김대리가 죽었다는 소식은 곧 그가 속한 부서를 넘어 회사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그동안 김대리에게 도움을 받았던 동료들은 큰 혼란에 빠진다. 김대리의 부재를 한탄만 하던 부서 동료들은 이윽고 미스테리한 김대리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한 '드림팀'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김대리의 죽음과 관련된 사실들을 하나씩 밝혀내는 동안 김대리에 대해 좋지 못한 소문들을 접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김대리의 병력과 관련된 사항을 통해서도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사실들이 모여 김대리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뉴스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삽시간에 김대리는 이상한 사람이 된다.
직원들 시선이 오병수에게 빠르게 모였다. 오병수는 사람들의 반응에 힘이 솟았다. “싱글 남자들 고민 1순위는 당연히 애정 문제 아니겠습니까? 김 대리의 그 얼굴로 애인이 없었을 리가 없고, 그랬다면 당연히 여자 때문에 자살했다고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잖아요.”
오병수의 논리는 그가 제출하는 아이디어처럼 지나치게 진부하다는 결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왠지 이번만큼은 꼭 그럴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했다...(중략)... 곧이어 미스터리 드림 팀은 김 대리가 여자 때문에 자살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제 가설을 뒷받침해 줄 이론을 만들기 위한 증거 수집만 남았다...(중략)...황미나는 오병수의 귀에 통화 내용을 속삭였다. 오병수는 최민희의 자리로 가 말을 전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이렇게 발 없는 말은 또 천 리를 가리라. 불법 도박을 일삼던 김 대리는 과도한 빚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머지않아 김 대리의 이야기는 사내 전체를 돌았다. 직원들은 김 대리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소문 전쟁이 조용히 회사를 뒤집어 놓았다. - < 김 대리가 죽었대, 서경희 > 중에서
김대리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뉴스들이 계속해서 생성되어 퍼져나갔지만 정작 진짜 김대리가 죽었는 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가짜뉴스거리가 등장하게 되고 사람들은 새로운 먹잇감을 향한 새 드림팀을 꾸려 출동한다. 결국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김대리는 잊혀진다.
대리님, 김 대리님 미스터리 궁금하지 않아요? 김 대리님은 의인일까요? 아니면 거짓말쟁이일까요?”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에요. 희진 씨, 저리 좀 비켜 줄래요? 내가 좀 바빠서요.” 강지훈이 벽시계를 보고 외쳤다.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 < 김 대리가 죽었대, 서경희 > 중에서
3.개인평점 2.5 / 5
최근에 '가짜뉴스'는 심각성을 넘어 공포로 변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서경희 작가가 쓴 '김대리가 죽었대'는 김대리이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서 가짜뉴스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져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작가의 말대로 현시대의 문제를 담으려고 노력한 점이 곳곳에 보인다. 하지만 책은 다소 유치하다. 내용 자체도 유치할 뿐 아니라 해결과정 또한 유치하며 곳곳에 이해할 수 없는 판타지는 왜? 이러한 대목을 넣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주제의 심각성이 다소 흐려진다. 어쩌면 작가가 의도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결론을 내지 않는다. 가짜뉴스의 타깃이 바뀌면서 끝이 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문제해결이나 관심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재미를 위해 가짜뉴스를 만들어간다고 말하는 듯 하다. 소설속 김대리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지만 실상은 그 죽음의 미스테리가 주는 흥미거리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변태적 성향에 대해 작가는 꼬집는다.
오늘날의 많은 매체들의 역겨운 모습을 김대리의 동료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잘 보여준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한번쯤 읽어볼 좋은 소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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