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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내 이름은 빨강(오르한 파묵) - 받아들임과 못 받아들임

by 글씀맨 2024.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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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은 겉으로 보기에는 흥미로운 동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안의 내용은 다소 잔혹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잔혹동화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튀르키예의 역사와 관련된 소설인 '내 이름은 빨강'을 읽어보았다. 

 

내이름은 빨강 1,2 책표지 그림

1. 줄거리

 

한 사람이 살해당한 후 우물가에 버려졌다. 이름은 엘레강스. 그는 그림에 금박을 입히는 세밀화가 중 한사람이었다. 어느날 그는 일면식이 있었던 어떤 사람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이유는 엘레강스가 하려고 하는 일이 기존의 미술세계에서는 용납될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내가 엘레강스와 이 곳에 왔을 때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멀리서 개가울부짖는소리만 메아리치고 있었다...(중략)... “그러니까 자네가 하고 있는 일이 뭔지 내가 안다는 사실을 인정 한다는 말이로군.” 그렇다네, 인정하네. ” 나는 속수무책으로 거짓말을 했다. 그는 순진하게 웃었다. ‘자네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 엄청난 죄라는 것을 모르겠나? 그건 누구도 감히 시도해선 안 되는 무신론자의 행동일세 . 자네는 지옥의 화염에 불타게 될 거야. 절대로 끝나지 않을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게 되겠지. 게다가 자네는 날 공범자로 만들었어.”(1권 p.45)

 

죽은 엘레강스가 한 일은 에니시테라는 사람이 술탄의 명령을 받고 작업하고 있는 그림책 제작이었다. 에니시테는 술탄에게 명령을 받고 자신이 알고 있는 세밀화가들에게 그림을 맡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그림이 서양의 화풍을 접목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기존 세밀화가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편 에니시테에게는 세상 아름다운 딸 세큐레가 있었는데, 결혼했지만 남편이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아 미망인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런 세큐레를 오랫동안 사랑했었던 카라는 에니시테의 부름을 받고 집에 오자 그녀에 대한 사랑이 불붙든 한다. 그리고 세큐레 역시 그가 싫지 않았다. 

 
 

편지라는 건 쓰여 있는 글자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편지는 마치 책처럼, 냄새를맡거나 만져서 읽을수도 있는 거랍니다. 똑똑한 사람들은 자, 읽어 봐,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라고 하지요. 바보들도 자, 읽어 봐, 그가 뭐라고 썼는지.”라고 해요. 그런데 편지를 읽는다는 것은 글자뿐만 아나라 그 속에 숨은 뜻까지 읽는 거 예요. 자, 지금부터 들어 보세요, 셰큐레가펀지에서 사실은 뭐라고 했는지.(1권 p.80)

 

그러던 어느 날 엘레강스를 죽인 살해범은 에니시테를 찾아온다. 그가 살인범이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못한 에니시테는 그에게 작업중인 그림을 보여주었는데 그림을 본 살인자는 에니시테마저 죽인다. 그리고 그림책의 마지막 그림을 가지고 달아난다. 

 
 

“ 자네처럼, 그러니까 에스파한 출신의 세밀화가처럼 혼란에 빠진 그 세밀화가는 누구인가? 누가 그를 죽였나?“저도 모릅니다.”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표정에 드러나길 바랐다...(중략)... “그 비열한 놈을 누가 죽였는지 가 뭐 그리 중요합니까? 그를 죽인 사람은 선한 일을 한 셈이 아닙니까?”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자신이 남들보다 더 선하고 도덕적이라고 믿는 자들은 상대의 태도에서 뭔가 꺼림칙한 것을 발견하면 이렇게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중략)...나는 악마의 말에 순종 하지 않고, 어리석은희망을품고서 이렇게 말했다. “엘레강스는 제가 죽였습니다.”(1권 pp.315-318)

 

이 일을 계기로 슬픔에 빠진 세큐레와 카라는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술탄은 장인 오스만과 카라를 불러 엘레강스와 에니시테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라고 명령한다. 명령을 받고 범인을 추적하던 오스만과 카라는 어떤 그림을 통해 범인이 장인 오스만의 제자 셋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카라는 범인으로 지목된 세사람 중 한 사람을 잡기위해 나머지 두 사람과 함께 그를 찾아간다. 드디어 범인을 찾은 카라와 일당은 숨막히는 혈투를 벌이고 범인은 카라에게 큰 부상을 입히고 도망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옛추억에 빠져 화원을 거닐던 범인은 살해당하여 잡힌다. 

 

2. 느낀점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세상의 색깔 중 빨강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있나?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 가면서 핏빛 싸움의 향연이라 빨강이라 했나? 생각하게 되었다. 책은 튀르키예의 역사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질적인 두 대륙인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자리한 튀르키예의 문화적 정체성은 그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것은 동양과 서양의 대비를 통해 튀르키예의 정체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오르한 피묵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중략)... 왜냐하면 동서양 문제는 튀르키예에서 서구화가 시작된 이래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중대한 문제들 중의 하나가 되어 왔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두 문화의 경계에 위치한 국가로서 양대 문화로부터 튀르키예의 현실에 맞는 화합의 지점을 모색 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2권/작품해설 p.379)

 

튀르키예는 동서양 대륙이 만나는 중간에 위치에 있기 때문에 언제나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절묘하게 혼합되어있는 곳이다. 소설은 서양의 화법이 들어오면서 겪게 되는 예술가들의 갈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술탄의 명령에 따라 서양화풍으로 그림책을 만드는 에니시테는 그 일을 맡길 사람들을 부른다. 

 

에니시테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그들은 점점 서양화풍에 물들여져갔고 이를 탐탁치 않게 여겼던 기존 세밀화가들은 저항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기에 이른 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문물이 들어올 때 갈등은 있게 된다. 

 
 

눈물이 곧 멈출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제어할 수 가 없었다.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울면 울수록 그들이 형제애, 파멸감, 그리고 슬픔에 휩싸이는 것을 느꼈다. 술탄의 화원에서는 이제 유럽 화풍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며 평생을 바친 우리의 화풍과 책은 천천히 잊힐 것이다. 에르주룸파들이 우리를 몰아 세워 학대하거나 술탄의 고문관들이 우리를 불구로 만들 것이다.(2권 p.321)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면서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고 이에 따라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어쩌면 모든 문화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발전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발전과정에서는 늘 고통받는 자들이 있다. 

 

고통받는 자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전통을 사랑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때로는 욕심과 아집으로 바뀌고 그에 따른 행동은 파멸을 가져온다. 오늘날 전통이 사라져가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점은 너무나도 아쉽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만 고수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내 이름은 빨강'은 이런 시대를 겪은 세밀화가들을 통해 어떻게 새것과 옛것이 융합발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듯 싶었다. 문화뿐 아니라 세대간 갈등 역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소설이었다. 

 

다만, 읽는데 화자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집중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야기의 진행방식 역시 굉장히 더디고, 여러 이야기들이 섞여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꾹 참고 끝까지 읽는다면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그런 책이었다. 좋은 책이다. 

 

3. 밑줄긋기

‘색의 의미는 그것이 우리 앞에 있다는 뜻이며 , 그것을 우리가 본다는 것을 뜻하지 .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빨강을 설명할 수 없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 이단자, 불신자들은 신을 부정하고자 할 때 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네. ” “그러나 신은 보는 사람에게는 보이네 그래서 코란에는 보는 사람과 보지 않는 사람이 절대로 같지 않다고 쓰여 있지.”
(1권  p.362)
또 하나 내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세상의 모든 악과 죄의 원천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은 나의 부추김이나 속임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 욕정, 부족한 신념 , 저질스러움 그리고 대부분은 아둔함 때문에 죄를 짓습니다. 나에게 모든 사악한것들에 대한 면책권을 주고자 하는 신비주의자들의 노력이 쓸데없는 일인 것처럼, 모든 악이 나로부터 나온다는 생각 역시 코란에 위배됩니다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썩은 사과를 파는 과일 장수들, 거짓말하는 아이들, 아양 떠는 아첨꾼들, 추잡한 몽상에 잠기는 늙다리들, 딸딸이를 치는 소년들은 내가 부추겨서 그러는게 아닙니다.(2권/악마 p.161)
천사들을 인간에게 복종 시켜서 그들을 자만심에 가득 차게 만든 이는 바로 신, 당신이 아니십니까? 그들은 지금 당신의 천사들에게서 배운 것들을 행하고 있고,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며 , 세계의 중심에 자기 자신을 배치해 놓고 있습니다. 모두가, 당신의 가장 충직한 종들 조차도 서양 화풍으로 그려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인간들이 이렇게 자기 자신을 숭배한다면 결국은 당신을 잊을게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이 당신을 망각한 죄 또한 내게 뒤집어 씌울 겁니다.(2권/악마 p.164)
이 과정에서 세밀 화가들은 에니시테를 통해 점차 서양 미술의 영향을 받게되고, 이것은 그들 사이에 커다란 갈등과 불안을 가져온다 전통적인 화풍을 고수하는 것과 새로운화풍을 받아들이는 것, 신성 모독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 사이의 격렬한 논쟁은 결국 세밀화가들의 희생을 불러오고, 서양 화풍의 적극적인 도입을 지지 했던 에니시테조차 살해 당함으로써 , 이야기는 점점 더 피투성이로 변해 간다. 술탄은 이러한 살인 사건이 자신을 향한 도전이라 여기고 궁정 화원장인 오스만과 에니시테의 조카인 카라에게 사흘 안에 살인범 을 찾아내도록 명한다.
(2권/작품해설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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