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들이 세상을 구하기는 하나 결국은 죽고 마는 이런 잔혹한 이야기들을
그녀는 어떤 검은 호수, 어떤 깊은 숲에 가서 낚아온 것일까?
내용
자신의 직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를 원하는 미리암은 임신을 하게 되면서 경력단절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이가 너무 소중하지만 양육문제로 자신이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초조하다. 남편인 폴은 양육문제에 있어 도와주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미리암은 아이를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경력단절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루이즈라는 한 보모를 만난다. 보모인 루이즈는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양육에 관한 일을 너무 잘한다. 뿐만 아니라 미리암을 아주 많이 배려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모 루이즈는 이 집에 없어서는 안되는 인물로 자리잡았고 미리암과 폴도 루이즈에게 의지를 많이 하게 된다. 한편 루이즈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다. 루이즈 역시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는 내팽겨둔채 안전한 삶을 제공하는 그 집을 더 갈망하며 신경을 많이 쓴다. 안전을 원한다는 점에서 미리암과 루이즈는 같은 목적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루이즈의 감정은 비뚤어진 집착으로 변하고 결국엔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안전을 아이들을 살해하므로써 파괴하고 만다. 뿐만 아니라 안전을 갈망했던 미리암 역시 그것을 위해 의지했던 루이즈에 의해 안전이 파괴되는 슬픔을 겪게된다.
총평 3.5/5
책은 시작부터 살해현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살해현장이 일어나게 된 경위를 차근차근 과거에서부터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초반에는 살인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물인가 생각하면서 읽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스릴러물처럼 약간은 어두운 회색빛을 만들어낸다. 미리암의 우울과 루이즈의 우울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여성이 사회속에서 겪어야하는 우울을 비슷하지만 다른 얼굴로 그려내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불행한과거를 산 루이즈의 이상행동에 의한 살해가 초점인가? 아니면 변호사인 미리암 입장에서 자신의 성장을 위해 아이양육을 모두 루이즈에게 맡긴 것은 실수라고 말하려는 것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스릴러물일까? 끝까지 읽고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양쪽의 사회안전망을 이야기한다고 보았다.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려면 보모에 맡길수밖에 없는 현실과 불행한 과거속에서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루이즈. 이 두사람을 통해 미래를 위해 사회가 갖추어야 할 안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여성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 한 인류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도상국이든 어느나라든지 여성에 가해지는 일들은 정도의 차이일 뿐 같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전에 드라마 '미생'에서 아이의 행복을 위해 맏벌이를하지만 결국은 아이에게 불행을 준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무엇이 옳은것일까? 결국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일이고 그것이 곧 인류절감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기억
폴은 이렇게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가끔 걱정한다. “우리가 자기를 착취한다고 나중에 루이즈가 뭐라고 하는 소리는 듣기 싫은데.” 미리암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그에게 약속한다. 그렇게 엄격하고 공정한 자신이 왜 미리 그 일을 제대로 해놓지 않았는지 후회스럽다. 루이즈와 이야기해서 일을 분명하게 처리하리라. 루이즈가 그렇게 애써 집안일을 많이 하고 전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놓는 것을 보며 그녀는 마음이 좀 불편하긴 하지만 속으로는 너무나 좋다. 미리암은 끝도 없이 사과의 말을 늘어놓곤 한다. 집에 늦게 올 때 그녀는 “잘해주시니까 부탁을 더 드리게 되네요. 정말 죄송해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루이즈는 늘 “그게 제 일인걸요. 아무 걱정 마세요.”라고 답한다. - < 달콤한 노래, 레일라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중에서
아이양육의 어려움을 겪던 중 루이즈가 들어오면서 폴과 미리암은 걱정이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 너무 많은 일을 시키는 거은 아닌가 걱정하기는 하지만 폴과 미리암은 이미 루이즈가 주는 안락함에 빠져들고 말았다.
루이즈는 서서히 아이를 길들인다. 날마다 그녀는 늘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아, 길 잃은 어린 여자아이, 어딘가에 갇힌 공주, 무시무시한 식인귀들이 내버린 성. 루이즈의 이야기 속 풍경은 코가 비틀어진 새, 다리가 하나인 곰, 침울한 유니콘 등 기이한 동물들로 가득하다. 꼬마는 입을 다문 채 말이 없다. 아이는 그녀 곁에 앉아 이야기에 집중한 채 다음에 일어날 사건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등장인물들을 다시 나오게 해달라고 조른다. 이 이야기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애써 기억을 떠올리거나 상상할 필요도 없이 그녀에게서 술술 흘러나온다. 그런데 착한 사람들이 세상을 구하기는 하나 결국은 죽고 마는 이런 잔혹한 이야기들을 그녀는 어떤 검은 호수, 어떤 깊은 숲에 가서 낚아온 것일까? - < 달콤한 노래, 레일라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중에서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대로 행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루이즈의 과거로부터 양육의 방법이 나온다. 자신이 받아온 것외에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건강한 부모는 건강한 부모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루이즈는 정말이지 주말이 너무 싫다. 스테파니가 함께 살던 시절, 그 아이는 일요일에 왜 아무것도 안 하느냐고, 루이즈가 다른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는 활동들을 자기는 왜 못하느냐고 투덜거리곤 했다. 스테파니는 할 수만 있으면 집 밖으로 나돌았다. 금요일이면 동네 아이들과 밤새 밖에서 지냈다. 아침이 돼서야 다크서클을 드리운 채 충혈된 눈에다 창백한 얼굴을 하고 집에 들어오곤 했다. 잔뜩 굶주린 채.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거실을 가로질러 냉장고로 달려들었다. 냉장고 문에 등을 기대고 서서, 루이즈가 자크의 점심으로 준비해놓은 음식을 통째 들고 손으로 퍼먹었다. 한번은 머리카락을 새빨갛게 염색했다. 코에 피어싱을 했다. 그러다가 주말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더 이상 보비니 집에는 스테파니를 붙드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래전 그만둔 고등학교도. 루이즈도. - < 달콤한 노래, 레일라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중에서
보모로서 훌륭한 루이즈이지만 부모로서는 훌륭할 수 없었던 루이즈.
엑토르는 6월의 열기 속 거리에 나선다. 여자애들은 예쁘고, 그는 크고 싶고, 자유로워지고 싶고, 남자가 되고 싶다. 무거운 짐 같은 자신의 열여덟 살을 휙 던져버리고 싶다. 망연자실 얼어붙은 자기 어머니를 경찰서 문 앞에 버려두었듯이. 그는 조금 전 경감 앞에서 자신이 제일 먼저 느낀 것이 놀라움이나 경악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커다란 안도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심지어 기쁨이기까지 했다. 마치 언제나 자신에게 위협이 가해졌다는 것, 실제 일어나지는 않았던 위협,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위협이 가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이. 자기 혼자만, 어린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혼자만이 간파할 수 있었던 위협. 운명은 불행이 다른 곳을 덮치길 원했을 뿐이다. 경감은 그를 이해하는 것 같아 보였다. 조금 전 그녀는 그의 담담한 얼굴을 가만히 뜯어보았고 그에게 미소 지었다. 사람들이 살아남은 자들에게 미소를 지어주듯이. - < 달콤한 노래, 레일라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중에서
루이즈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이 장면에서 소름이 끼침을 느꼈다.
물론 그냥 끝내면, 모든 것을 멈추면 된다. 하지만 루이즈는 그들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들의 삶 속에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이제 밖으로 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이 그녀를 밀어내도 그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들이 작별 인사를 해도 그녀는 문을 두드려대고 안으로 들어올 것이며, 상처받은 연인처럼 위험할 것이다 - < 달콤한 노래, 레일라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중에서
너무 깊숙히 침투해온 루이즈가 점점 두려워지는 폴과 미리암이다. 하지만 너무많이 의지했고 너무 많은 권한을 줘버린 탓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결국 사건은 터지고 만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