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로 청소년 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이꽃님 작가가 청소년 문학 세계에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라는 문제작을 통해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키려고 한다. 책에서 저자는 사랑과 집착의 모호한 경계선을 한 학생의 실종사건을 통해 구분지어 주고 있다.
책소개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죽이고 싶은 아이'를 집필한 이 꽃님 작가의 새로운 문제작이다. 전작이 동성 친구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 것이라면 이번에는 이성 친구간에 일어나는 일을 다루었다. 작가는 이 책을 쓴 계기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동 학대를 당하고 있는 수많은 아이 중 자신이 학대당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사랑해’라는 말 때문이라는 것을요. 자신에게 가해진 끔찍한 학대를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해서 혼낸 거라고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이 처음으로 끔찍하고 잔혹하게 느껴졌습니다. - <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 이꽃님 > 중에서
'사랑해'라는 말로 학대를 당연시 여기도록 세뇌시키는 부모들의 사례들을 보면서 청소년들 또한 이성간에 사랑이라는 말로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학대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줄거리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던 한 노인이 저수지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신발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은 저수지에 갔던 한 여학생을 찾아가 조사를 시작한다. 조사를 받는 여학생의 이름은 김해주였다. 이 여학생을 조사하는 이유는 여학생과 함께 저수지에 갔다 실종된 정해록의 여자친구였기 때문이다.
해주는 자신을 찾아온 경찰을 깔보는 듯한 태도를 일관한다. 그러던 중 해주는 그간 해록과 있었던 일을 경찰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해주의 입에서 나오는 해주와 해록의 이야기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해주와 해록은 연인사이였는데 해록이 해주를 철저하게 자신의 인형처럼 만들어갔다는 것이며 해주는 사랑하는 해록을 위해 기꺼이 그 모든 것을 감내했다는 것이다.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조금씩 변해 가는 나를 볼 때마다 나는 내가 자랑스럽기까지 했어. 렌즈를 끼고,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머리를 고데기로 동그랗게 말았지. 너와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걸을 때, 어깨동무를 할 때, 팔짱을 낄 때, 비로소 너와 어울리는 사람이 된 것 같았거든. 우리를 보는 다른 애들의 눈빛에 부러움이 서렸고, 그 눈빛들이 나를 우월하게 만들었어. - <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 이꽃님 > 중에서
자신이 해록의 장남감이 되어가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채 해주는 해록에게 집착하기 시작했고 결국 해록이 자신과 헤어지자는 말을 할까 두려워 해록을 협박하는데까지 이르렀다는 말이다. 그리고 문제의 저수지에 가서 해주는 해록에게 자신과 헤어질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고 한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경찰은 조용히 자신의 노트를 해주에게 보여준다. 그 노트에는 해주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 중 중요한 부분을 기록한 것이었다. 그리고 경찰은 해주에게 노트를 통해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해 준다. 그것은 해주의 이야기가 사실은 전부 정반대의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개인평점 3 / 5
일전에 '죽이고 싶은 아이'를 참 재미 있게 읽었다. 그래서 우연히 이꽃님 작가의 다른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읽었다. 책은 매우 짧은 내용을 담고 있고 등장인물도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금새 읽어 나갔다. 책은 김해주라는 여학생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읽는 내내 해주의 시선으로 사건을 보게 된다. 아마도 반전을 위한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전작에서의 반전과 비슷한 구도로 나아가는 것 같아서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는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학창시절에 한번쯤 접하게 되는 내용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현실감이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연애를 할 때 누구나 한번쯤 해주처럼 또는 해록이처럼 상대에게 집착하고 그 집착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또한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해주의 이러한 행동을 곰팡이라고 표현했다. 슬며시 정신을 죽이는 곰팡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니? 네 마음속 곰팡이가 부모님을, 친구들을, 해록이를 모두 전염시켰다는 이야기야. 다들 네가 곰팡이인 줄 몰랐겠지. 나중에 네가 원인이라는 걸 알아도, 너한테서 벗어나려면 이를 악물고 죽을힘을 다해야 했을 거야.
나는 네가 다른 사람에게 한 짓이 곰팡이 같다고 생각해. 그래, 곰팡이. 네 어둡고 습한 마음이 만들어 낸 곰팡이균 덩어리. 충분히 밝고 좋은 곳에 살면서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좀먹는 거니?- <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 이꽃님 > 중에서
최근 가스라이팅 범죄나 그루밍 성범죄가 문제시되고 있는데 이 책이 이러한 점을 포괄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청소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이러한 위험에 모두 노출 되어 있다. 그러니 올바른 자아를 형성하고 바른 사랑을 배워 볼 수 있는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청소년 소설은 예전과 다르게 복잡 미묘하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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