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앞에선 누구나 평등하다.
동물과 인간, 거지와 왕이 모두 똑같다.
거기서 당신은 진정한 평등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평등을 얻는다.
개인평점: 4 / 5
누구나 죽음앞에서는 평등하다. 죽음에서 자유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 죽기위해 살아간다.'라는 말처럼 죽음은 어느누구든지 언젠가는 맞닥뜨려야할 현실이다. '인간의 마지막 순간에서'라는 책은 누구나 맞닥뜨리게될 죽음이 닥쳐왔을 때 취해야 할 우리들의 자세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오랜시간 호스피스로 활동했던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죽는 사람을 지키는 여러 지인들의 모습도 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말 죽음이 닥쳐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하는지 실질적인 조언을 하고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 처음부분에 오랜스승의 죽음소식을 들었을 때 오랜시간 호스피스 활동을 했음에도 당황하는 자신에 대해서 기록했는데 아마도 이 책을 쓰려고 하는 마음이 더 확고해진 사건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불교신자로서 불교도에 좀 더 가까운 입장으로 책을 기록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죽음을 불교사상에 입각에서 그의미를 설명하려하거나 죽음에 대한 사상에 대해서 설명해 놓지는 않았다. 실제로 타종교의 여러입장에 대해서도 기록해 놓았다.
이 책은 죽음의 의미를 탐구하는 책이 아니다. 정말 실제로 죽음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 조언을 담은 책이다.그렇기 때문에 '죽음'자체에 대해서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은 좋은 해답이 될 수 없다. 가까운 지인이 사망하게 되었을 때, 또는 나 자신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좀더 편안하게 죽음으로 갈 수 있는지를 다룬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은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한 실질적 조언을 들어놓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죽음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일이기에 가족, 친구, 나 에게 불현듯찾아오기 때문이다. 간병하는 입장에서 또 죽어가는 입장에서 실질적인 안내서로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기억나는 내용
하지만 우리만큼 노화에 강력히 맞서려던 세대는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자나 깨나 몸에 신경 쓰면서도 우리는 몸을 제대로 깊이 들여다보진 않는다. 엄연한 사실을 사실이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약한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다. 정맥류가 생기고 머리가 빠지고 검버섯이 피고 뼈가 약해진다. 철학자이자 시인인 에머슨Emerson이 말한 것처럼, “자연은 참으로 무례할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암시하고 통지한다.” 내 또래 사람들이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기를 쓰는 모습을 보면 당혹스러울 정도다. 온갖 다이어트와 약물을 시도하고, 갖가지 문제마다 상표까지 등록된 명상 치료법을 따라하며, 온갖 감정에 특화된 약물을 처방받는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정말로 달라질까? (p.19)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노화이다. 오늘날 가장 큰 사업중에 하나가 바로 노화방지관련 사업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려고 막대한 자본과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것자체가 나쁘다고 할수는 없다. 하지만 젊게살되 죽음을 인식하며 사는 것은 중요하다.
몇 가지 일을 처리한 뒤에도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애도하는 사람에겐 할 일이 있다. 죽음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고통을 느끼고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당장 처리해야 할 자질구레한 일이 아주 많다. 장례식장은 내가 알아보기로 했다. 나는 복도 벽에 기대어 드나드는 방문객에게 눈인사를 하면서 전화를 걸었다. 나무망치로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팠지만 슬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p.37-38)
슬프지만 마냥 슬퍼할수만은 없다는게 현실이 아닌가 한다. 누군가는 처리해야 할일을 처리해야 하니까. 이책의 좋은점중에 하나가 죽음을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부분이었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이때만큼은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는 상황이 있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 순간이나 장소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비행기 여행이 두려운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는데, 이 답변을 내놓고 보니 어차피 내가 굉장히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위험은 결국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위험이었다. 하늘이 아니라 땅에 있을 때도 피할 수 없는 문제였던 것이다.(p.40-41)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차별없고 평등한게 죽음이다. 죽음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죽어가는 사람은 약물 의존자(drug seeker)가 아니다. 약에 취하려고 일부러 꾀병을 부리는 게 아니다. 그런데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거나 통증을 치료하면 나약한 사람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은 잘 죽기 위해선 반드시 깨어 있어야 한다거나 “하나님은 당신이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헛소리를 떠든다. 통증은 다스려야 한다. 담당 의사가 당신의 통증을 온전히 제어해주지 않는다면, 다른 의사를 알아보라(p.126)
굉장히 도움이되었던 말중에 하나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약물을 투여하여 조금이라도 쉽게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료의 마지막 사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고통은 일부러 참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탈수 상태가 왜 도움이 될까? 환자는 억지로 먹으려 할 때마다 구역질이 나거나 통증을 느끼거나 호흡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식욕이 사라졌는데도 걱정하는 간병인을 기쁘게 해주려고 억지로 먹는 것일 수 있다.) 콩팥과 심장은 여분의 수분을 점점 더 처리하지 못한다. 조직과 복강에 수분이 쌓이면 배가 부풀어 오르고 부종이 생긴다. 탈수 상태가 되면 이런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종양 주변도 덜 부풀어 올라서 통증이 줄어든다. 환자는 흔히 식음료를 끊은 뒤에 몸과 마음이 더 편해지고, 죽을 때도 더 평온하다.
인공영양, 즉 튜브를 끼워 영양물을 보급하는 경관영양(經管營養)에 대해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환자가 음식물을 삼킬 수 없으면 위에 튜브를 삽입해 유동식과 약물을 공급한다. 경구섭취가 불가능한 환자에게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정한 수술 후에 일시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죽어가는 사람에겐 고문이나 다름없다. 경관영양은 통증과 감염, 궤양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부작용이 없더라도, 임종 환자에게 인공영양은 아무 소용이 없다. 병을 치료해주지 못하고, 생명을 연장해주지도 못한다.(p.167-168)
간병하는데 있어서 정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내 마음을 위한 간병인지 진짜 환자를 위한 간병인지 잘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간 소원했던 사촌 형제는 불쑥 찾아와서 환자가 자기에게 유산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공표한다. 그러면 여동생은 “헛소리 하려거든 썩 꺼져!”라고 소리친다. 당신은 속으로 부르짖는다. ‘아, 제발 누가 나 좀 도와줘!’
가족이라는 거미집의 한가운데 죽음이 찾아들기 전까진, 가족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간병이 무엇을 뜻하는지, 상실감과 비통함 너머에 어떤 혼란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닥치기 전까진 어떤 크고 작은 일을 감당하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때로는 몇 년째 연락 한 번 없던 친척이 느닷없이 나타나 고인이 생전에 원했던 거라면서 엉뚱한 말을 늘어놓거나 자기한테 묻지도 않고 그렇게 결정했냐면서 어깃장을 놓기도 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간병’은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p.140)
간병하면서 느끼게되는 실질적인 어려움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해야 할 말은 무엇인가?
“널 사랑해.”
“정말 안타까워.”
그중에서 가장 좋은 말은 바로 이거다.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니? 무슨 이야기든 괜찮아.”
그 사람을 어떻게 만났는지, 그 사람이 어렸을 때 어땠는지, 그녀가 어떤 음식을 좋아했는지, 둘이서 아이슬란드로 떠난 여행이 어땠는지, 그가 왜 저 파란 격자무늬 셔츠를 그토록 좋아했는지, 마지막 순간이 어땠는지···. 무슨 이야기든 괜찮다.(p.282)
가장좋은 애도의 말로 저자가 이야기한 것이다. 그래도 호상이라던가, 좋은데 갔으니 괜찮다거나 하는게 아니라 슬픔을 당한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 그의 감정을 물어봐주는 것. 이것이 가장 좋은 애도라고 말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