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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년의 금서(김진명)-한국은 왜 韓國인가

by 글씀맨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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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저(세움, 2009)

나라의 힘이 반드시
경제에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세웁니다. 

 

대략내용

한 여자가 특이한 자세로 목을 메어 자살했다는 소식이 목반장에게 전해진다. 자살한 여자의 이름은 김미진으로 대학교 교수였다. 타살의 증거가 전혀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은 서둘러 자살로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목반장은 도저히 자살이 불가능한 자세로 죽은 여교수의 죽음에 대해 찝찝한 생각이 들어 계속해서 홀로 수사를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여교수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한 남성을 만나게 된다. 여교수의 오랜 친구인 이정서라는 남자였다. 목반장은 오랜친구인 이정서에게 다가가 여교수에 관련된 질문을 하게 된다. 

 

이정서는 갑작스럽게 죽은 친구 김미진 교수의 죽음에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그런데 목반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타살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예사 죽음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다. 목반장과 함께 김미진 교수의 주변을 탐문하던 중 한은원이라는 또다른 친구와 어떤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김미진교수의 죽음과 그 실험이 긴밀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한은원교수 역시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하여 한은원교수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한은원교수는 역사학자로서 어린시절부터 대한민국의 한(韓)이 어디서 왔을까에 의문을 가졌다. 자신의 성씨가 한씨였기 때문인 이유도 있었다. 그런이유로 역사학자가 된 한은원은 김미진교수와의 실험에서 어떤 확신을 갖게되고 대한민국의 진짜 역사를 회복할 증거를 찾기 위해 중국으로 떠난다. 

 

우역곡절끝에 이정서와 한은원은 중국에서 만나게 된다. 한은원을 추적하는동안 이정서는 한국역사의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한은원교수 역시 자신이 찾던 한의 유래를 발견하게 된다. 두 사람에 의해 그동안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진짜 역사가 마침내 드러나게 된다. 

 

개인평가: 5+ / 5

김진명 작가의 소설은 늘 흥미진진하다. 이번에 읽은 '천년의 금서'는 그냥 훌륭하다.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선은 고조선의 부흥을 다시 일으키려했고, 고려는 고구려의 위상을 이으려고 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한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되는 책의 내용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크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작가는 서두에서 철저한 조사와 검증에 의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서 본 소설을 썼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실에 가깝다는 말인데 왜 학창시절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없을까 생각했다. 한사람의 소설가보다 역사학자들이 더 모르는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연구 방식이 비교방식에 국한되어있어서 다른 문헌에 기록되어있지 않으면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부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러한 방식이 일본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라는 이야기 역시 화가나는 부분이었다. 

 

예전에 어떤 방송에서 하버드의 한국학 교수가 한국학을 전공하는 한국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안타깝고 우려스럽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중국도 자기나라의 역사를 위해 다른나라의 역사를 왜곡하고, 일본도 마찬가지 일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스스로의 역사를 현재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책을 읽으면서 정말 진짜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 났다. 

벅차오르는 책이었다. 

 

주요장면

우리나라는 새로운 국명을 지을 때 화려한 과거를 계승하려 했다.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의미로 지어졌고 조선은 과거의 조선 즉, 고조선을 잇겠다는 뜻이었다. 지금은 고조선이 무척 왜소하게 그려져 있지만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던 당시까지는 고조선이 대단한 나라였다는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려의 국명이 고구려를 따고 조선의 국명이 고조선을 따듯,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지을 때 한(韓)을 택한 건 한이라는 글자에 과거의 화려한 영광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역사에 한이 처음 등장한 것은 물론 한반도 남부에 있었다는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이다. 그러나 당시 두만강 압록강을 국경으로 두고 있던 조선이 고작 한반도 남부에 움츠리고 있던 삼한을 잇고자 대한제국이라고 국호를 지었을까? 특히 당시는 외압을 떨치고 조선의 기개를 펴겠다는 웅혼한 기상에서 국명을 바꾸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삼한은 그전에 이미 한이라는 뿌리를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 한은 한반도에 갇힌 조선이 본받고 싶었던 강력하고 거대한 나라가 아닐까?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 < 천년의 금서, 김진명 > 중에서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이 작은 질문으로부터 장구한 역사의 탐방이 시작되었다. 

 

황하 문명과 같은 시기의 문명 발상지로 새롭게 대두된 요하 문명의 주인공이 한국인이라는 학설을 잘 아는 펑타오는 교묘하게 말을 비틀었다. 「동쪽 오랑캐라면 동이인데요.」, 「네, 낮춰서 말하면 동이, 좀 우대해주면 동국이지요.」 펑타오는 거듭 술잔을 들이켜며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전 하, 상, 주 시대에는 동이가 한(韓)이에요. 그들이 세력을 한창 떨칠 때였지요. 지금의 한국인들은 고조선밖에 모르지만 고조선 이전에 한이 있었어요.」 상상도 못할 역사가 대취한 펑타오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다. 정서는 온몸이 달아오르며 큰 고함이라도 치고 싶은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중략)...「물론이지요. 주가 유명무실하게 되고 춘추니 전국이니 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역사에 떠오르지 않습니까? 그 주나라의 기록에 한이 나오니 기원전 200년 무렵 중국 사서에 처음 등장하는 조선보다 훨씬 이전이지요.」 「주나라의 기록이라고요?」 정서의 뇌리에 〈지명원류고〉의 그 문장이 천둥소리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 < 천년의 금서, 김진명 > 중에서 - < 천년의 금서, 김진명 > 중에서

참 재미있다고 느낀게 왜 한국의 역사를 한국학자들보다 외국의 학자들이 더 많이 알고있을까? 우리의 자료들을 왜 외국학자들이 더 많이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조선시대 모화사상에 빠진 유학자들은 조선의 강역이 압록강을 넘으면 중국에 대한 불경이라 생각해 관련 사료를 모두 폐기했고, 일제시대 일본 학자들은 한국의 역사를 축소시키기 위해 <삼국사기>에 있는 단 한 줄, 온조왕이 마한을 병합했다는 걸로 삼한을 삼국의 전신으로 만들었다. 이후 지금껏 삼한은 한반도 남부에 꽁꽁 묶여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한국의 역사를 유린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중략)...

「따라서 이 〈단군세기〉를 아주 우습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즉 그들은 단군이 왕이란 뜻을 나타내는 직위의 이름인데도 이걸 사람의 이름으로 둔갑시킨 거지요. 그때부터 삼국 이전의 우리나라 역사는 철저히 부정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단군이란 글자는 믿지 못할 단어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거지요. 그럼 이제 전혀 다른 방법으로 〈단군세기〉를 부정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 < 천년의 금서, 김진명 > 중에서

그저 한숨만...

 

「일본인들의 억지와 우리의 무지로 완전히 묻어버린 우리의 고대사에 이처럼 자랑스럽고 찬란한 문명이 있었던 겁니다. 웅녀와 단군 할아버지로 엉성하게 처리된 우리 조상의 나라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일렬로 정렬하는 천문현상은 물론 남해의 조수간만까지도 기록하는 훌륭한 문명국가였고 이것은 세계 고인돌의 반 이상이 한반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훌륭하게 부합합니다.」

누군가 주먹을 쥐고 가볍게 책상을 두드렸다. 찬성과 공감의 표시였다.

「일본인들이 이 땅의 역사를 찌그러뜨리고 간 지 60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 역사는 거기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이 우리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심의위원 여러분, 저는 단군 신화로 얼버무려져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대사를 되찾기 위해 ‘오성취루’와 ‘남해조수퇴삼척’과 〈시경〉과 〈잠부론〉을 내놓는 바입니다. 그리고 편찬위원회에서 이 나라의 역사 교과서를 고쳐줄 것을 당당히 요구합니다.」 - < 천년의 금서, 김진명 >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제발 역사학자들이 정치학자들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다. 말은 역사를 잊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하는데 실상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지난날 한국사시간을 되새겨보면 정말 재미없게 가르쳤다는 것밖에 생각이 나지않는다. 물론 입시위주교육의 현장에서는 어쩔수없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어렸을적을 생각해보면 역사에 그다지 흥미를 갖지 않았던 것도 같다. 지금에와서 정말 반성하게되었다. 진짜 미래를 잃기 전에 정신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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