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도서] 구의증명(최진영)-가난의 대물림과 사랑이야기

by 글씀맨 2022. 12. 26.
반응형

개인평점: 4.5/ 5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한 도서관련 구독서비스에서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다. 첫페이지에 써있는 이 대사가 책을 읽도록 했다. 처음에는 흔한
엽기 연애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무료한 시간에 빨리 책 한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단순한 엽기 연애 소설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가난한 삶을 살았던 두 소년 소녀가 사랑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사랑에는 늘 가난때문에 생겨나는 장애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때문에 잠시 헤어질지언정 그 둘의 사랑이 식어 없어지지는 않는다. 언뜻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들여다 보면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살기위해서 사랑하고, 살기위해서 서로 의지하고, 살기위해서 열심히 살았던 두 소년소녀가 있다. 그리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갔지만 대물림된 가난앞에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소년소녀가 있다. 두 소년소녀는 보호받지 못했다.

Pixabay 로부터 입수된  Annie Spratt 님의 이미지 입니다.

결국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의 사체를 먹으면서 끝이난다. 매우 엽기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행동은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였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하는 소망의 또다른 형태인 집착으로 나타난 결과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읽는내내 오늘날도 그들과 같은 가난의 대물림으로 인한 고통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면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교에 있을 때도 내내 구를 기다렸다. 만날 시간은 분명 정해져 있고, 그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대기 중이었다. 오 분, 삼십 분,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에도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고, 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구가 죽어버린 지금도 나는 구를 기다리고 있다.구도 나와 같을까. - <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 중에서

어린나이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남자주인공인 '구'가 죽었을 때까지도 늘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여주인공. 사랑이란 것은 기다림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기다림'이 아닌 '다그침' 으로 끝나지는 않는가 생각한다.

몸뚱이…… 몸은 인격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는 고기, 사람이라는 물건, 사람이라는 도구.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영혼 값은 달랐다. 돈 없는 자의 영혼을 깎는 것을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없으므로 깎이고 깎인 그것을 채우기 위해 돈에 매달리고, 매달리다보면 더욱 깎이고…… 뭔가 이상하지만, 그랬다. - <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 중에서

가난에 빠진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돈에 의해 결정되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주인공이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게 되어가는 것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법위의 돈
이삿짐도 나르고 공사장 일도 했다. 대리기사도 하고 주차요원도 했다. 돈이 생기는 대로 이자를 갚았다. 생활은 담이 벌어오는 돈으로 했다. 죽을 때까지 이자만 갚다가 끝날 것 같았다. 법에 기대볼 생각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의 세계는 법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법에 기대어 살면서도 거듭 사기를 당했던 부모님은 결국 법이 통하지 않는 영역에서 돈을 빌렸다 - <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 중에서

돈의 흐름을 감시하는 것이 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법을 통해 돈의 흐름을 감시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돈이 법위에 있지 않다고 말할수는 있겠지만 법이 돈에서 자유롭다고 할수는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얼마전 한 칼럼에서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너무 높아 진행자체가 불가하다는 말을 들었다.

돈을벌기위해 돈이 필요하다
간호학과에 갔고 한 학기를 다니다가 휴학한 상태였다. 등록금에 생활비에 방세까지, 두 학기를 연달아 다닐 여력이 안 된다고 했다. 빨리 돈을 벌고 싶어서 간호사를 꿈꾸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일단 돈이 있어야 했다. 생각처럼 살아지지가 않네. 국거리를 받아들며 그녀가 말했다. - <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 중에서

돈의 모순을 가장 잘 표현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대의 청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대학을 졸업하여 경제활동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내용을 보면 암울한 것 같지만 그안에는 두 사람의 따뜻한 사랑이 있다. 그리고 어려움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찾아내는 것 역시 따뜻한 요소로 남아있다. 우연히 읽은 책이지만 오래도록 남는 책중에 한권이 될 듯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