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도서] 그녀, 아델(레일라슬라미니)-절제없는 욕망의 폭력

by 글씀맨 2023. 7. 16.
반응형

'그녀, 아델'은 '달콤한 노래'로 2016년 공쿠르 상을 수상한 레일라 슬리마니의 데뷔작이다. '달콤한 노래'를 읽었을 때 꽤 큰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그녀, 아델'이라는 책에도 관심을 갖게되었다. '달콤한 노래'는 스릴러를 가미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그녀, 아델'은 그와는 전혀 다른 광기를 담은 책이었다.

그녀 아델의 표지 그림
그녀 아델

작가소개

레일라 슬리마니는 1981년 모로코에서 출생했지만 프랑스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아버지 영향으로 프랑스어를 모국어보다 편하게 사용하였다. 이후에 레일라슬리마니는 1999년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대학을 다니며 한때는 배우 수업을 받고 배우가 되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이후 북아메리카 전문기자로 근무하게 되고 전업작가가 되고 2년후 '그녀, 아델'을 통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작가가 되며 2016년에 '달콤한 노래'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게 된다.

 

'달콘한 노래'가 한 가정에 일어난 섬뜩한 스릴러물에 속한다면 '그녀, 아델'은 통제되지 않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의 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다큐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작품을 보면 멀리 있을 것 같지만 매우 가까이에 있는 그러나 눈감고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 행보가 더욱더 궁금해진다.

 

줄거리

파리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아델은 유능한 의사 남편 르샤르와 귀여운 아들 뤼시앙과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아델은 늘 무엇인가에 부족함을 느낀다. 이미 아델은 남편 몰래 여러 남자들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어오는 중이었고 급기야 남편의 동료 의사와도 바람을 피운다.

 

어느날 남편은 동료 의사의 부탁으로 당직근무를 바꿔주고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당해 큰 부상을 입게된다. 그시간 아델은 당직을 부탁한 남편의 동료의사와 부적절한 쾌락을 즐기고 있었다. 죄책감을 느끼기도 전에 두사람의 부적절한 관계는 발각된다.

 

아델의 문란한 성생활을 알게되었지만 르샤르는 이혼을 하지 않고 시골로 내려간다. 아델은 모든 관계와 모든 것을 끊는 조건으로 이혼을 피하게 된다. 하지만 시골에 내려와 생활하는동안에도 그녀의 욕망은 멈추지 않는다. 한편 르샤르는 아델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하는 일을 하게된다. 아델의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파리로 간날. 아델은 나사가 풀려 다시금 욕망을 찾아 길거리로 나가게 되고 르샤르는 그녀를 기다리다 지쳐버린다.

 

느낀점

처음부터 끝까지 아델의 멈추지 않는 욕망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델은 어려서부터 무관심하고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렇게 성에 집착하게 되었나 생각하게 되지만 책속에서는 전혀 그 영향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듯 하다.

 

오히려 아델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환경을 스스로 찾아가며 그녀의 주변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 필요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세상에 귀속되어 타인들과 그 외 모든 것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아델은 누구도 그녀로부터 제거할 수 없는 존중의 후광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그녀는 고통의 저녁에 몸을 숨기고, 방탕의 나날에 기댈 곳이 되어줄 피난처를 스스로 만들어나갔다_< 그녀, 아델, 레일라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중에서


그리고 자신이 욕망을 채우는데 방해가 되는 모든 것에 짜증을 낸다. 설령 그것이 사랑하는 아들이라 할지라도 그녀는 용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되지 않는 그녀의 욕망은 결국 폭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아델은 앞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이의 몸을 질질 끌고 간다. 행인들이 전부 아델을 바라본다. 그녀는 천천히 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인내심을 가지고 아들과 보내는 한순간 한순간을 만끽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오늘 그녀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아들을 가급적 빨리 보내버리는 것이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 < 그녀, 아델, 레일라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델이 왜 그렇게 성적욕망에 심취하게 되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의 갈등을 해소하는 부분이 없다. 르샤르와 아델은 두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아니라 회피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어떤 결론도 없이 그저 아델은 치료할 수 없다는 것만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래서 더 신선한 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건 남자가 아니라 고독이다. 누가 됐든, 누군가의 시선을 더 이상 받지 못한다는 것, 무심한 익명이 된다는 것, 군중 속의 하찮은 돌멩이가 된다는 것이 두렵다. 이동 중이므로 도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자.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안 돼,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 < 그녀, 아델, 레일라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중에서


통제되지 않는 욕망의 폭력성과 무서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했던 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나 생각했다. 마지막에는 그런 아델의 모습이 불쌍해 보였고, 르샤르의 기다림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제어 능력을 상실한 욕망, 주체를 짓이기고 피어오르는 욕망은 이제 쾌락과는 점점 멀어져 폭력이 된다. 그것은 어쩌면 욕망을 억누르고자 스스로에게 휘두르는 폭력이 아닐는지. 식인귀처럼 아델을 집어삼킨 욕망은 그녀의 육체 속에서 기어이 절망이 되고 질병이 된다 - < 그녀, 아델, 레일라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중에서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