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 년째 상담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하는
사람은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거야.
줄거리
3인조 좀도둑인 쇼타, 아쓰야, 고헤이는 동네의 한 별장을 털고 달아나던 중 차가 고장나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쇼타가 낡은 폐가가 있다며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해서 세 명은 문을 닫은지 30년이나 넘어 폐가가 되어버린 '나미야 잡화점'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가게 안에서 사람의 기척을 느끼게 된다.
가게안을 찾아보았지만 사람은 없고 그곳에 편지 한통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우연히 발견한 편지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고민을 적어놓은 편지였다. 왜 이런 편지가 묻닫은지 오래된 나미야 잡화점으로 보내졌나 고민하던 세사람은 나미야 잡화점이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창구로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세 사람은 의견충돌 끝에 상담편지의 답장을 보낸다. 편지를 보내자마자 다시 받은 답장을 통해 나미야잡화점이 보통의 건물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간임을 깨닫게 된다.
이후에 첫 편지를 보낸 사람 말고도 몇통의 편지를 더 받은 세사람은 그곳에서 답장을 써주게 된다. 그러면서 나미야 잡화점과 관련된 사람들과 사건에 대해서 서서히 알게된다. 이윽고 마지막 편지를 통해서 세 사람은 경악할 만한 사실을 접하게 되고, 그 편지로 인해 세 사람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살기로 다짐한다.
개인평가: 3.5/5
히가시노게이고가 쓴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은 그동안 읽었던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과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방황하는 칼날', '공허한십자가' 등과는 사뭇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이전의 소설들은 범죄와 관련된 소설이 대부분이었고, 그것을 통해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하지만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보는 이야기를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로 잘 표현하였고 해결과정도 감동적으로 잘 나타내었다. 읽으면서 오래전 보았던 '시월애'라는 영화와 최근 리메이크한 영화 '동감'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아쉬었던 점은 타임슬립이라는 장르의 한계여서 그런지 몰라도 얽히고 설키는 내용의 범위가 지극히 좁다는 것이다.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이지만 그 안의 관계들의 범위는 매우 좁았다. 물론 나미야잡화점이 속해있는 마을 사람들의 고민들로 채워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언가 억지연결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렇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예상되는 결과가 그대로 진행되어 놀랍다기 보다는 그럴줄 알았다는 생각이 더 많아졌던 것 같다.
하지만 나미야잡화점에서 고민하는 내용이나 그것을 해결하는 미래의 3인조들의 이야기들은 한번쯤 누구나 상상하던 내용이었다. 그래서 친근감이 있었고 나름 미소를 지으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새해에 읽으면 딱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장면
잔을 내려놓고 고스케는 화면을 응시했다. 그의 인생을 바꿔버린 영화였다. 그것을 보고 인간의 마음을 이어주는 끈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를 통감했었다.
하지만…….
비디오 영상 속의 비틀스는 고스케의 기억과는 조금 달랐다. 옛날에 영화관에서 봤을 때는 그들의 마음이 뿔뿔이 흩어져 있고 연주도 서로 어우러지지 않는 것처럼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바라보니 그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네 명의 멤버는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설령 해체를 앞두고 있더라도 넷이서 연주할 때만은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일까.
영화관에서 봤을 때 지독한 연주라고 느꼈던 것은 고스케의 마음 상태가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어떻게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스케는 잔을 들어 위스키를 꿀꺽 마셨다. 조용히 눈을 감고 다시금 부모님의 명복을 빌었다. -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옮김 > 중에서
자신의 마음상태에 따라 같은 내용의 영화도 다르게 보이게 된다는 것을 고스케는 알게 된다. 나의 모든 상황들은 어쩌면 상황이 아닌 나의 마음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나도 놀랐어. 게다가 감사 인사까지 해주다니. 반쯤 장난삼아 보내온 질문이라서 나도 그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대답해주었을 뿐인데.”
“그걸 이 사람은 지금껏 잊지 않은 거군요.”
“그런 모양이야. 잊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새겨서 인생에 되살렸어. 이 사람은 나한테 감사하다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야. 일이 잘 풀린 건 전적으로 이 사람의 힘이야.”
“그래도 이 사람은 기뻤을 거예요. 농담 삼아 보낸 질문을 무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해준 거. 그래서 계속 기억하고 있었겠죠.”
“그런 거야 참 별일도 아닌데 말이야.” 아버지는 편지들을 둘러보았다. -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옮김 > 중에서
들어주는 것만도 힘이된다. 그런데 들어주는 것을 힘들어 한다. 자녀의 말, 부모의 말, 친구의 말, 타인의 말 등등 변하지 않는 진리중 하나는 답을 정해주는 것보다 들어주는 것이 최상의 답을 찾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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