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하고 깨달았다.
분명 그런 의미의 속담이 있었다.
한참 더듬어본 끝에 생각이 나서
나는 그 말을 그녀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너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가고 싶다.......」
나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줄거리
은둔형 외톨이처럼 생활하던 주인공은 어느날 병원에서 우연히 '공병수첩'이라 쓰여진 노트의 내용을 읽게 된다. 췌장에 문제가 생겨 곧 죽게 될 것이라는 시한부 일기내용이었다. 내용을 보던 중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쳐다보니 같은반에 자신과 전혀 성향이다르고 인기도 많은 여학생 사쿠라였다. 그리고 공병수첩의 주인이 곧 그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쿠라는 자신이 시한부라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가장 친한 친구 쿄코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유는 시한부라는 말을 듣게 되면 즐거운 시간보다 걱정하는 시간이 서로 많아질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반에서 아무런 인지도가없는 남학생에게 틀키게 된것이다.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한 사쿠라는 이때부터 주인공과 함께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해 나간다.
그렇게 시간을 함께 보내는동안 두 사람에게는 남다른 감정이 생기게 된다. 은든형외톨이로 혼자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편했고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지도 않았던 주인공은 사쿠라와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사쿠라 역시 주인공을 만나면서 타인에게 영향받지 않고 스스로 올바르게 서있는 주인공에게 영향을 받는다. 어느새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를 넘어 서로를 동경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던 중 갑자기 몸상태가 않좋아진 사쿠라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병문안을 다니던 주인공은 사쿠라에 대한 자기 감정을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 다행히 사쿠라는 퇴원을 하게 되어 두 사람은 퇴원하자마자 둘만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이윽고 퇴원하는 날 주인공은 카페에서 사쿠라를 기다린다. 퇴원하여 집에왔고 이제 옷을 갈아입은 후 약속장소에 갈 것이라는 문자를 확인했다. 그런데 사쿠라는 결국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
자체평점: 5 / 5
영화를 먼저 보았었고 이후에 책을 읽었다. 영화, 책, 애니메이션으로 나와서 놀란 책이기도 하다. 영화와 다른 점은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사쿠라의 조언대로 선생님이 된 후에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책에서는 장례식이 지난 어느날부터 시작된다. 사실 영화를 본것도 책을 읽은 것도 무언가 엽기적인 제목에 이끌려서였다.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 초반에는 청소년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일본,중국,대만 등에서 최근에 학원로맨스물을 많이 쏟아 내는데 그것들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첫사랑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지난날을 돌이켜보다가 생각지도 못한 감동적인 사실을 발견한다는 식의 내용 말이다.
사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높이 평가한 이유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사쿠라가 퇴원을 하고 다시 만나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두사람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에서가 아니었다. 결국 두사람이 같은 마음을 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도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장면은 사쿠라가 죽는 장면이었다.
사쿠라가 퇴원하면서 두 사람은 당연히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설정이 함정이었다. 시한부의 시간이 다 될 때까지는 살아 있으리라는 착각. 그것을 깬 것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서 신이 허락하지 않은 것 중 하나가 '미래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은 미래를 알 수 없어서 언제까지나 살아있으리라 생각한다. 특이 어리면 어릴수록.... 그러나 모두에게 죽음이란 평등하다는 것을 소설은 이야기한다.
건강한사람이나, 시한부나 젊거나 늙거나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그리고 언제 닥칠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루지 말아야 한다. 청소년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독자들에게 중요한 삶의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생각나는 장면
“간이 안 좋으면 간을 먹고, 위가 안 좋으면 위를 먹고, 그러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중략)...
누군가 나를 먹어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계속 산다는 신앙도 외국에는 있다던데.”...(중략)...
“그래? 유감이다. 너한테 췌장은 못 주겠네.”
“나는 전혀 필요 없는데.”
“먹고 싶지 않아?”
“너는 췌장 때문에 죽는 거잖아. 분명 네 영혼의 조각이 가장 많이 남았겠지. 근데 네 영혼은 몹시 시끄러울 거 같아.”
“맞아, 맞아.” -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중에서
엽기적인 대화라고 생각했지만 다 읽고나서 이 장면이 결국 결말의 복선이었구나 했다.
다른 선택도 가능했을 텐데 나는 분명코 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했고, 그 끝에 지금 이곳에 존재한다. 이전과는 달라진 나로서 이곳에 존재한다. 그렇다, 방금 깨달았다.어느 누구도, 나조차도, 사실은 풀잎 배 따위가 아니다. 휩쓸려가는 것도 휩쓸려가지 않는 것도 우리는 분명하게 선택한다.
그것을 가르쳐준 것은 한 치의 틀림도 없이 그녀였다. 이제 곧 죽을 텐데도 세상 어느 누구보다 저 먼 미래를 바라보며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그녀. 세상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
나는 어떻게 하면 네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렇다면, 하고 깨달았다. 분명 그런 의미의 속담이 있었다.
한참 더듬어본 끝에 생각이 나서 나는 그 말을 그녀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너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가고 싶다.」
자판을 한참 두드린 다음에 곧바로 지워버렸다. 이런 속담으로는 뭔가 재미가 없는 것 같았다. 그녀를 기쁘게 해주기에 좀 더 적합한 말이 있을 텐데.
나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중에서
사쿠라가 퇴원하는 날. 만나기로한 카페에서 그녀에 대해 생각하면서 주인공이 결론을 내리는 장면이다. 이 사실을 빨리 알리고 싶었던 주인공은 문자로 사쿠라에게 이 내용을 보낸다.
그녀가 죽었다. 세상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았다.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나는 여전히 만만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일 년이라는 시간이 남겨져 있다고만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도 마찬가지였는지 모른다. 최소한 나는 어느 누구에게나 내일이 보장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었다....나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그녀에게는 당연히 내일이 있는 것처럼 생각했었다.
아직 시간이 있는 나의 내일은 알 수 없지만 이미 시간이 없는 그녀의 내일은 약속되어 있다고만 생각했다.얼마나 어리석은 인식이었던가.나는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생명만은 이 세상이 잘 봐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물론 그런 일은 없다. 없었다.세상은 차별하지 않는다.건강한 몸을 가진 나 같은 인간에게도, 병을 앓아 머지않아 사망할 그녀에게도, 그야말로 평등하게 공격의 고삐를 풀지 않는다. 우리는 잘못 생각했다. 바보였다 -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중에서
결국 약속장소로 오지 않은 사쿠라. 사쿠라를 만나지 못한채 집에와서 밥을 먹던 중 비보를 전해듣게 된다.
나는 말이지…, 너를 동경했어.얼마 전부터 계속 느낀 바가 있었거든.내가 너 같았다면 좀 더 어느 누구에게도 폐 끼치지 않고, 슬픔을 너나 우리 가족에게 내보이는 일도 없이,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서만, 오로지 나 자신만의 매력을 갖고, 나 자신의 책임으로 살 수 있지 않았을까.물론 지금의 내 인생은 최고로 행복해. 하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없어도 단지 자신 혼자만의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너를 나는....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너의 매력을 꿰뚫어봤다니까. 죽기 전에 너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가고 싶어. ……라고 써놓고 나서 문득 깨달았어.이런 흔해빠진 말로는 안 되겠지? 나와 너의 관계는 이런 흔해빠진 말로 표현하기에는 아까운 관계니까. 그래, 너는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역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중에서
사쿠라의 장례를 마친 후...사쿠라의 집에 방문한 주인공은 사쿠라의 '공병수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수첩 맨뒷장에는 그녀의 유서가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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