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도서] 달과 6펜스(서머싯 몸)-이상을 위해 현실은 버려도 되는 걸까

by 글씀맨 2023. 2. 10.
반응형

2000년 06월 30일(서머싯 몸, 민음사)

 

당신이 땅에 떨어진 6펜스에 집착한다면
하늘을 볼 수 없다.
그래서 달을 놓치게 될 것이다.
_몸의 1956년 편지 

 

줄거리

스트릭랜드는 나이 마흔이 된 가장으로서 그동안 가정에 충실하며 화목한 가정을 꾸려왔다. 그는 오랜시간 증권회사의 중개인으로서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스트릭랜드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을 버린채 파리로 떠나게 된다. 스트릭랜드의 돌발적인 행동은 집안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아내는 더없는 충격을 받는다. 한편 우연히 스트릭랜드의 가정사를 알게된 한 예술평론가(화자)는 파리로 가서 스트릭랜드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로 간 이유는 화가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림공부를 한적도 없고 재능도 없는듯 했지만 그는 화가가 되기로 나이 40에 결심을 했다. 더이상 미루면 안될 것 같은 예감때문이었다. 그곳에서 스트릭랜드는 가난하게 하루 하루 힘들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화가인 스트로브를 알게되고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의 천재성을 발견하게 된다. 스트릭랜드가 몸이 몹시 아팠던 어느날 스트로브는 아내인 블란치에게 스트릭랜드의 간호를 부탁하는일로 싸우게 되는데 결국엔 간호를 맞게된다. 그러나 이 일로 스트릭랜드와 블란치는 연인이되고 스트로브는 자신의 거처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후 전부인 블란치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스트로브는 듣게 되고, 스트릭랜드는 블란치를 떠나 남태평양의 타이티라는 섬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곳에서 스트릭랜드는 아티라는 소녀의 병간호를 받으며 사망할 때까지 그의 예술작품을 완성하며 살아간다.

 

개인평점: 3 / 5

'달과 6펜스'는 화가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이다. 작가는 고갱의 삶을 추적관찰하고 실제 고갱이 방문했던 섬을 가본뒤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을 창조해냈다. 그렇지만 고갱과 완전히 똑같은 인물을 창조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단지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소설을 전개해나갔을 뿐이라고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불편했다. 이상을 위해서 현실을 내팽겨쳐도 될까? 한편으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성실히 일한 결과 진짜 자신이 하고싶은 것은 잃어버린 상실감에서 그랬을 것이라고는 생각이든다.  누구나 한번쯤 현실을 타파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을 살며 미루어두었던 꿈을 이루고싶지 않은가?

 

하지만 가족과 상의 없이 갑자기 떠나버린 모습이나 자신을 도와준 사람(스트로브)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매몰차게 차버린 후 또다른 곳으로 도피하듯 가버리는 모습은 무책임의 끝판왕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일로 블란치라는 여인은 자살하기에 이르는데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스트릭랜드의 모습에서는 '천재는 이래도 되는거냐?' 약간 화가 났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가정을 위해서 모든 것을 참고 살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자기자신에 대한 아쉬움을 찾아 떠난다는 부분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 이 소설이 출판일이 1919년이다. 100년도 지난 소설이기 때문에 그때 당시에는 남자들의 이러한 모습이 로망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으나 현대에 이렇게 하면 위자료로 탈탈 털린 후, 불륜으로 엄청난 댓가를 치뤄야하지 않았을까 상상도 해본다. 그리고 소설 곳곳에 과거에나 가능한 여성비하 발언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때문에 요즘 소설로는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누구나 이상적인 꿈을 늘 꾸면서 산다. 나이가 들어도 이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한 이상, 현실에 안주하여 잃어버리는 이상의 갈등에서 적절한 합의는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소설이라 하겠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OpenClipart-Vectors님의 이미지 입니다.

 

장면요약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부인을 버렸단 말입니까?”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소.”
나는 한참동안 지그시 그를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자가 돌아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만 해도 나는 아주 젊었고 상대방은 내게 중년으로 보였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딴 건 몰라도 몹시 놀랐던 것만은 기억한다.
“아니 나이가 사십이 아닙니까?”
“그래서 이제 더 늦출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요”
“그림을 그려본 적은 있나요?”
“어렸을 적에는 화가가 되고 싶었소. 하지만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면 가난하게 산다고 해서 장사 일을 하게 만들었지. 일 년 전부터 조금씩 그리기 시작했소. 한 일년 야간반에 나가 그림을 배웠어요.”...(중략)...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pp. 67-69)

지금당장 내 꿈을 실현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내 심정~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기는 했다. 한편으로는 살짝 부럽기도...그렇지만..

 

그녀는 이제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얼굴에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그녀가 이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어떤 두려움에 사로잡혀 자제력을 모조리 빼앗기고 만 것 같았다...(중략)...“당신은 내 아내야. 내게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더 소중한 사람이오. 당신이 조금이라도 싫어하면 아무도 데려오지 않겠어.”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현기증이 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약간 짜증이 났다. 그처럼 신경질적인 여자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때 스트로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침묵을 야릇하게 깨뜨렸다. “당신도 딱한 처지에 빠진 적이 있었지 않소...(중략)...이제 당신에게도 기회가 왔으니 이번에는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지 않소?”

스트로브가 아내 블란치에게 스트릭랜드의 간호를 부탁하는 장면이다. 스트로브의 아내는 절대로 그럴 생각이 없다고 완강하게 반대한다. 하지만 스트로브는 과거까지 들먹이며 아내를 설득하려하고 있다. 그런데..정작 블란치가 스트릭랜드의 간호를 거부했던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그런데, 이런 약속을 시키더래요. 집에 불을 지른 다음 모조리 탈 때까지, 작대기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떠나지 말라고요!“우리에게 무슨 권리가 있어 그걸 이 세상에서 없애버릴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하지만 아타가 말을 듣지 않더군요. 약속을 했다면서요. 나는 그 야만적인 짓을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그냥 돌아와 버렸죠. 나중에야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룻바닥이며 판다너스 돗자리에 석유를 쏟아 붓고 불을 질렀다더군요. 집은 눈 깜짝할 사이에 타버리고 잿더미만 남더랍니다. 위대한 걸작이 그렇게 해서 사라져버린 거죠
.” (pp. 298~299)

이해가 되지 않는 마지막 장면이지만...또한 이해가되는 장면이기도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