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4일에 영국 런던 올림픽 남자 400미터 달리기 경주에서 한 선수가 주목을 받았다. 이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이다. 두 다리의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의족을 착용한 채 육상경기에 참가 하였다. 비록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많은 도구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정말로 장애인들을 위한 것일까? '사이보그가되다' 라는 책에서 김초엽, 김원영 작가는 이점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1.책소개
'사이보그가 되다'는 독서 모임에서 선정된 도서였기 때문에 읽게 되었다. 처음 제목과 표지를 보고 혹시 미래에 인조 인간에 대한 공상 과학 소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김초엽씨가 평소에 SF소설을 자주 써왔던 것을 감안 했을 때 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사이보그가 되다'는 소설이 아닌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었다. 그리고 장애와 관련된 책이었다. 장애인들의 불편을 돕기 위해 개발 된 여러 보조 장치를 몸에 장착(?)하는 것을 '사이보그가 된다'라고 표현을 한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 사이보그들이 몸에 여러 장치를 장착하는 것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놀란 점은 작가인 김초엽씨와 김원영씨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이 책은 장애인으로서 겪은 일들과 자신의 장애를 돕기위한 보조 도구들을 사용하면서 느끼게 된 것을 토대로 글을 작성한 것이다. 김초엽씨는 학창시절부터 사용한 보청기를 김원영씨는 어린시절부터 사용한 휠체어를 두고 각자의 생각을 공유한다.
작가 김초엽씨는 후천적 청각 장애인으로서 주로 SF소설을 써온 작가이다. 대표작으로는 2017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과 '원통 안의 소녀'가 있고, 2019년 오늘의 작가상과 2020년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후천적장애로 인해 보청기를 끼면서 느꼈던 솔직한 심정과 시선을 솔직하게 기록해 놓으려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작가 김원영씨는 장애로 인해 오랜시간 휠체어를 타는 생활을 했다. 사회학과 법학을 공부하고 로스쿨을 졸업한 후 국가위원회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현지는 작가, 배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희망대신 욕망' 등의 저서가 있다.
2.주요논점
작가 김초엽씨와 김원영씨는 각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 김초엽씨는 청각장애로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고, 김원영씨는 하지 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있다. 둘은 장애의 불편을 보조하기 위한 보조도구를 사용하면서 느낀점에 대해서 서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며 글을 써내려갔다.
두 작가의 온도가 약간은 다르게 느껴졌다. 김초엽씨는 약간은 비판적으로 도구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고, 김원영씨는 그래도 약간은 긍정적으로 글을 써내려간 것 같다. 특히 김초엽씨는 보청기에 대한 처음느낌을 다음과 같이 기억하고 있었다.
아빠는 내가 처음으로 보정기를 하던 날 우리 딸이 육백만 불의 사나이가 되었네”라고 말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첨단의 기계를 귀에 장착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다시 보청기의 의미를 생각해보기 전까지 나는 나 자신이 사이보그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보청기는 영화 속의 세련된 최첨단 기계가 야니라 단지 감추고 싶은 기계였다._사이보그가 되다 중에서-김초엽x김원영
어쩔수 없는 사회의 시선에 대해서 말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도구들의 개발은 철저하게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야가기 위해서는 ‘손상’을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회의 지배적인 관점이라는 것이다. 치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관점은 현실에서 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지워버린다...(중략)...언젠가 자폐증의 원인을 밝혀내겠다는 목표 야래 엄청난 돈을 쏟야 부을 것이 아니라, 자폐인과 가족들이 지금 당장 좀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생산적이며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_사이보그가 되다 중에서-김초엽x김원영
결론적으로 두 작가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려는 것은 장애인들이 사회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갈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래에 이루어질 첨단 장비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오가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처럼 장애인들이 어디를 가든지 어떤 일을 하든지 어떤 장애를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3.개인평점: 4 / 5
두 작가의 오랜 시간의 경험과 고민을 진정성있는 목소리로 대화하는 내용은 장애인을 돕는 여러도구들에 대해 또다른 시각을 갖게 해주었다. 그래서 좋았다. 어쩌면 비장애인들이 읽으면 뭘 이런걸 가지고 그럴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많은 장애인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비장애인들이 반성하고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를테면
만약 야주 훌륭한 신경보절 다리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믿을 수 없이 비싼 가격표를 붙이고 나온다면, 그래서 야주 일부만이 그것을 착용하고 걸을 수 있다면 이를 ‘장애의 종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먼 미래의 신경보칠 다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그림의떡’은 현실에도 이미 많다...(중략)...사이배슬론을 소개하는 기사가 카페에 공유되어 있었는데 카페 회원들의 댓글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좋아 보이지만 그림의 떡이다.” “이런 거 보면 너무 비싸서 열 받고스트레스 받는다.” 훌륭한 기술이 있더라도 그것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이 일부 뿐이라면, 그 기술은 결코 보편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_사이보그가 되다 중에서-김초엽x김원영
라고 말하다. 물론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첨단 보조 도구들의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휴대전화가 처음 나왔을때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보편화 되었다. 가격이 비싼 '그림의 떡'이므로 보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니 생각지도 말자라고 한다면 미래의 가능성조차도 부정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이 사용해야 보편화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이 사용을 해줘야 문제점이 해결되고 나중에 보편화 되었을 때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처음 개발되는 모든 개발품들은 보편의 해결책을 위한게 아니라 보편의 해결책으로 가기 위함이다.
나에게는 비싸서 사용 못하니 너도 사용하지 말아라식으로는 모든 장애인들이 하향 평준화만 될 뿐 문제해결은 되지 않는다. 작가들의 주장대로 장애인들이 사회속에서 장애인으로 아무런 장애 없이 사는 것이 이상적인 사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단 도구들이 계속 계발 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의 불편함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홀로 집에서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많은 것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김원영작가의 질문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나는 휠체어만 탔을 뿐(탔음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똑같은 인간”
이라고 주장하는 대신,
“나는 휠체어를 탔고 그 점에서 당신과 같지 않지만, 우리는 동등하다”
라고 말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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