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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쥐를잡자(임태희, 2007)-지금도 은근히 쓰고 있는 주홍글씨

by 글씀맨 2023.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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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자(푸른도서관 18)(양장본 HardCover)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고생의 삶을 그린 임태희 청소년 장편소설. 제4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부문 수상작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 주홍이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하고 뱃속에 쥐가 들어 있다는 상상을 한다. 미혼모인 엄마는 주홍이의 임신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담임선생님 역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주홍이는 고민 끝에 결국 낙태수술을 받고, 수술 후 혼자서 시골 외할머니 댁으로 내려간다. 거기서 주홍이는 또 하나의 커다란 결심을 한다. 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와, 엄마의 전철을 그대로 밞고 있는 자신을 미워하다가 지친 외할머니를 구원하겠다는 마음으로,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목숨을 끊고 마는데…. 〈양장제본〉 〈font color="ff69b4"〉▶〈/font〉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주인공은 낙태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잇달아 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어른들에게는 벼랑 끝에 놓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훈계나 질책이 아니라 따뜻한 손길과 함께 문제 해결책을 고민해 주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또한, 성에 대해 여전히 취약한 청소년의 현실을 돌아보고 위험성을 인식하게 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청소년들에게는 소설 속 사건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좀더 건전하고 건강한 미래를 꾸려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저자
임태희
출판
푸른책들
출판일
2016.09.20

 

“엄마,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어요. 난 다른 말을 듣고 싶어요!”

 

줄거리

고등학교 1학년인 주홍이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주홍이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가지 아이가 뱃속에 숨어있는 쥐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실을 엄마도 알고 있지만 애써 주홍이를 외면한다. 엄마 자신도 미혼모였던 아픈 과거가 있었기 때문인지 같은 실수(?)를 저지른 딸 주홍이를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학교에서의 사정도 별다를바 없었다. 담임선생님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관망할 뿐이다. 다만 주홍이가 학교에서 쓰러지는 사건이 있은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양호선생님만이 주홍이를 이해하려고 애쓰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임신 사실이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주홍은 주변의 상황을 보고 오랜 고민 끝에 낙태를 선택한다. 수술이 끝난후 혼자서 시골 외할머니 댁에 가서 지내게 된다.

그곳에서 지내는동안 주홍이는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된다. 특히 자신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는 엄마. 그리고 엄마와 똑같은 삶이 되어가는듯이 보이는 주홍이를 미워하며 원망하는 할머니. 주홍이는 이 두 사람을 오랜 미움과 슬픔에서 구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해서 편지 한통을 남긴채 돌아올 수 없는 먼길을 떠난다. 주홍이가 떠난뒤에도 모든 곳은 평소대로 흘러간다.

그런데 학교에서 주홍이의 사물함에 무엇인가 괴생명체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담임선생님이 열어본 결과 그곳에는 고양이가 있었고, 담임선생님은 그 고양이를 데리고 주홍이네 집에 방문한다. 주홍이가 떠난 후 그 빈자리를 슬퍼하며 자신의 작품을 완성한 엄마에게 담임선생님은 그간의 사연을 들려준 후 고양이를 엄마에게 맡긴다.

개인평가: 3.6 / 5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이라는 한 예능에서 했던 게임이 있었다. 책속에서도 주홍이의 친구들이 이 게임을 하면서 노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쥐를잡자? 약간은 스릴러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책의 내용도 알수없는 긴장감이 흐른다. 책을 읽으면서 왜? 원치않는 아이를 '쥐'라고 했을까 생각했다. 아마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집안에 들어온 쥐를 보면 당황하고, 무서워하기도 하며 결국에는 어떻게 해서든 없애려 드는데 이것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생각했다. 고1이면 어찌보면 다큰 나이이고 어찌보면 어린나이이다. 그런 주홍에게 갑작스런 임신은 당황스럽고 두려우며 사실이 아니라 없어졌으면 하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특히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이를 더 확신시켜주었을 것 같다. 주홍이라는 이름도 '주홍글씨'가 생각나는 이름이지 않은가? 청소년들의 임신은 불량학생이라는 낙인으로 남게 되고 주변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주홍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외로웠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청소년임신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낙인을 찍어 추방시킬 일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당사자들은 그 사실 자체로 이미 충격을 받았고 상처를 받았고 반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돌봐주었다면 주홍이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최근에 '고딩엄빠'라는 예능이 방영되고 있다. 방송에 대해 찬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이 예능을 통해 청소년부모들이 벼랑끝에 몰려 불행한 선택을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소설을 다 읽으면서 여전히 우리는 청소년문제에 대해 서투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청소년들이 뜻하지 않은 임신을 했을때 정말로 기대고 묻고싶어하는 상대는 부모일것이다. 부모들의 든든한 지지가 그들을 더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울타리를 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일게다. 물론 쉽다는 말은 아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Rosy님의 이미지 입니다.

남는장면

그 날 아침에 딸아이가 말했다. “ 나....... 몇 달 째 생리를 안 해요” 나는 쇠꼬챙이로 창틀에 낀 먼지를 긁고 있었다.“불규칙한 거겠지. 좀 더 기다려 봐” 나는 딸아이의 얼굴도 보지 않고 말했다. 그러자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어요. 난 다른 말을 듣고 싶어요!”

나는 유리창에 비친 딸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딸아이는 내 등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한없이 누추해 진다. 뒤돌아서서 딸아이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계속해서 꼬챙이로 먼지를 긁어 댄다. 나는 엄마다. 엄마는 이럴 때 다른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나 보다. 애초부터 자격이 안 되는 걸 억지로 우겨서 낳았다. 그게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눈앞이 흐려진다. (pp.66~67)

딸의 임신을 알게 되었지만 당황하여 애써 외면하려는 엄마의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참 무심하다고 생각했다. 주홍이는 엄마에게 차리리 야단을 맞더라도 일어난 일에 대해서 대화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 쥐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꾸나.”내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 때 양호 선생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물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는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칸막이를 치워 달라고 했다.
“언젠가 쥐가 다 크면 네 뱃속에서 나오려고 할 거야. 그것이 밖으로 나왔을 땐 쥐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 거란다.”
선생님은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아 내게 이야기를 했다.
“알고있어요.” 나는 떨고 있었다.
“넌 현명한 아이란다 그러니 네가 내리른 판단도 분명히 현명할 거라 생각되는구나” 양호 선생님이 내 어깨에 담요를 덮어 주며 말했다.
“제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지요?”
“아암.” 양호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부탁하건데, 그저 걷다가 우연히 만나는 길을 무작정 걷지는 말거라, 같은 길을 걷게 되더라도 네가 고른 길을 당당하게 걸으렴.”
나는 선생님의 말뜻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임신과 관련된 소책자를 주었다. 산부인과의사의 명함과 미혼모를 위한 복지시설의 연락처가 적힌 목록도 주었다. (p.80)

양호선생님의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이 주홍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와관련된 일부 프로그램이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다. 청소년들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원론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상담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실 나는 엄마보다 네 이야기를 듣고 싶단다. 네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겠니.”
“정말······ 끔찍한 일을 저질렀어요.”
“그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단다.”
딸아이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싫어요. 그런 말······.”
“너 자신을 용서해 주렴.”

딸아이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더니 한순간 뚝 끊어졌다. 나는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새파랗게 질린 딸아이를 앞에 두고 상담사는 당황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나는 상담사를 방 밖으로 쫓아 내고 딸아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딸아이는 내가 유도하는 대로 서서히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들이쉬고 내쉬고······.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상담은 그만 받기로 했다. (p.117)

'어쩔수 없는 일이란다.' '일어난 일을 어쩌겠니 너를 용서하렴' 이것만큼 허망한 조언이 있을까 싶다. 주홍이의 아픔이 더욱더 느껴졌던 부분이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보여야하고, 젊은이들의 사고와 행동을 탓하기에 앞서 젊은 세대의 저항과 도전에 의해 기성세대의 실책이 들추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성세대는 현대 사회의 문화는 과거와 다르다는 점과 새로운 문화의 담당자는 그들 자신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p.65)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뉴스보도에서 비춰지는 청소년들만 봐도 많이 바뀌었고, 그들의 대화방식 삶의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언제나 과거의 기준과 방법대로 청소년들을 대하면 오류를 범하게 될것이라 생각했다.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소통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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