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배웠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사람을 이용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사람을 배려하면서도충분히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라 할지라도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면 안 된다.
책소개
평소 즐겨보던 '유 키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 디렉터라는 저자 소개를 보고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 제목이 '참 괜찮은 태도'라고 해서 저자와 관련된 방송에서 취해야할 프로정신 같은 것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도 아니면 직장인이 직장에서 겪는일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니였다. 저자인 박지현씨는 오랜 세월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는 프로그램 일을 해왔다. 2007년 KBS '다큐멘터리 3일'의 VJ로 활동을 시작해서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그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오랜시간 스테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그러는 가운데 저자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깨달은 바가 많다고 한다. 그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 곧 '참 괜찮은 태도'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사회생활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 저자가 느낀 것을 기록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자가 직접 인터뷰한 사람들이다. 그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길위에 철학자'라고 표현하였는데 평범하지만 비범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인생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발견했다는 저자의 말은 책을 읽으며 쉽게 공감하게 되었다. 1인인구도 늘어나고 갈수록 혼자 지내는 것을 더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렇지만 타인의 따뜻한 온기가 더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어차피 인간은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사는 것 아닌가? 그속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에 지녀야 할 괜찮은 태도에 대해 책은 잘 이야기하는 듯하다.
수단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관계로 맺어가는 인간관계는 좀 더 푸근하지 않을까? 간만에 온기있는 감동을 느낀 좋은 책이었다.
주요내용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억울하다고, 내 과거를 망가뜨린 사람들을 원망해 봐야 이미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도 그 과거에 매여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을 원망하며 하루를 망칠지, 아니면 나를 위해 이제 그만 과거를 놓아줄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렇게 보자면 용서란 상처받은 내 영혼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진정한 용서는 나를 괴롭힌 사람을 위한 게 절대 아니다.
그 사람이 저지른 짓에 면죄부를 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장동익의 말처럼 “마음속에 품고 있어 봐야 나 자신이 힘드니까” 나를 위해 용서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용서를 하되 잊지 않는다고 했다 - <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 중에서
최근에 복수에 관한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개인의 복수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복수는 통쾌하긴 한데 정말로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까? 의문이 들때도 있다. 복수가 사는 길일까 용서가 사는 길일까? 어렵다.
사람은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배웠는데 이상하게 어른이 되어 갈수록 낯선 타인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늘어 갔다.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덜 믿고 덜 기대하는 것이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타인에게 벽을 세우는 법을 배워 가던 나는 며칠 전까지 이름도 몰랐던 부부에게 깊은 위로를 받았고 조금씩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 차갑게만 느껴지던 세상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고, 타인을 만나면 혹시 상처받을까 봐 겁내며 세우던 벽도 조금씩 허물게 되었다. 그리고 그냥 사람을 믿어 보고 싶어졌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기꺼이 마음을 나눠 준 다정한 사람들 덕분에 말이다.- <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 중에서
타인에 대한 태도가 건강하게 자리잡힌다면 서로의지해도 괜찮은 그런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정호승 시인의 시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이다. 이 시에 표현된 것처럼 김수환 추기경은 평생 모든 이를 위해 살다가 2009년 2월 16일 우리 곁을 떠났다. 생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사람들의 물음에 고인은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태어났을 땐 당신만이 울었고 당신 주위의 사람들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엔 당신 혼자 미소 짓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울도록 그런 인생을 사십시오. - <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 중에서
나는 내가 떠나갈 때 몇명이나 아쉬워할까? 잠시 생각해보았던 부분이었다.
우리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동정의 시선으로 쳐다볼 때가 많다. 사회적 약자로서 도와주고 배려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다. 하지만 곡교어린이집에서 장애는 아이가 가진 특성이자 개성일 뿐이었다.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되니까’,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니까’라는 생각을 가지기 이전에 그들을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곡교어린이집 아이들은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한 명, 한 명의 개성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되니까’,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니까’라는 대답 대신 ‘친구니까’라는 아이들의 대답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내가 아직도 깨야 될 편견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친구를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이니까 잘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 <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 중에서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생각이 난 장면이다. 우영우의 동료직원이 우영우를 시기하면서 말했던 부분중에 하나가 장애인으로서 특권을 받는데 우리까지 배려해야 하느냐 라는 내용의 대사였는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모습이 다른 같은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한평생 목수 일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50대 후반의 평범한 남성인 다니엘 블레이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심장에 문제가 생겨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다. 의사가 이대로 계속 일하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경고하자 한동안 일을 쉬기로 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질병 수당을 신청한다. 하지만 고용 노동부에서 파견된 직원은 그의 질병과는 전혀 무관한 질문을 하며 이에 답하라고 요구한다. 답답해도 끝까지 심사에 응한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당신은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지 않으니 질병 수당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질병 수당을 받으려면 15점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는 12점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 <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 중에서
복지의 점수제가 갖는 취약점이다. 이러한 사항 때문에 우리사회에는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등급제 완전폐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에서의 세심한 사례관리와 이에 따른 복지가 필요하다. 최근에 주민센터에 가니 '복지는 권리이다'라는 포스터가 붙은 걸 보았다. 복지가 권리라고 주장하는데 왜 복지 혜택을 위해 방문하면 표정이 그럴까? 왜 재정이 없다며 외면할까?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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