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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맡겨진 소녀(클레어 키건, 허진 역) - 타인의 따뜻한 돌봄에서 느낀 참 부모의 마음

by 글씀맨 202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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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출간된 '맡겨진 소녀'는 2009년 타임즈에서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소설 50권'에 선정된 소설이다. 이 사실을 알고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책표지가 이전에 읽었던 '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아서 읽어보았다. 비교적 짧게 쓰여진 책은 여름날 한 소녀가 느꼈던 따뜻한 돌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맡겨진 소녀 책 표지
맡겨진 소녀

책소개

'맡겨진 소녀'의 저자 클레어 키건은 1968년 아일랜드에서 출생했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욜라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후에는 웨일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를 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24년의 작가활동중 단 4권의 책을 출간하였지만 출간한 모든 책들이 세간에 관심을 끌었다. 

 

특히 '맡겨진 소녀'는 2009년 출간했는데 그해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했고 타임즈가 뽑은 21세기 50권에 선정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이후에 아일랜드의 교과과정에 수록되어 모두가 읽을 수 있게 되기도했다. 또한 '말없는 소녀'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번역을 맡은 허 진은 서강대 영어영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주요 번역으로는 샐리루니의 '친구들과의 대화', '마틴 에이미스의 '런던 필즈'등이 있다. 

 

요약본

집안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더 한 소녀가 여름날 킨셀라 부부 가정에 맡겨진다. 이유는 엄마의 출산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낯선 환경에서 여름날을 보내야 하는 소녀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하다. 킨셀라 부부는 그런 소녀를 배려하며 보호한다. 그곳에서 소녀는 처음으로 집에서 느껴보지 못한 돌봄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킨셀라 부인으로부터 예절을 배우기도 하고, 킨셀라 아저씨로부터 책을 읽는 것 등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지내며 소녀는 점점 킨셀라부부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져간다. 그러던 어느날 한 장례식장에서 소녀는 킨셀라부부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얼마전 킨셀라부부의 아들이 사망했다는 사실과 자신이 썼던 방과 입었던 옷이 아들의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날밤 킨셀라 아저씨는 소녀를 데리고 바닷가를 산책한다. 그곳에서 킨셀라 아저씨는 소녀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이상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란다.” 아저씨가 말한다. “오늘 밤 너에게도 이상한 일이 일어났지만, 에드나에게 나쁜 뜻은 없었어. 사람이 너무 좋거든, 에드나는. 남한테서 좋은 점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래서 가끔은 다른 사람을 믿으면서도 실망할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지. 하지만 가끔은 실망하고.”
아저씨가 웃는다. 이상하고 슬픈 웃음소리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 <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 허진 옮김 > 중에서

얼마후 집으로부터 엄마가 아이를 낳았으니 돌아와도 된다는 편지를 받는다. 킨셀라부부는 소녀의 짐을 챙겨 집으로 데려다 준다. 소녀는 돌아가는 킨셀라부부에게 달려간다. 울먹이는 킨셀라부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킨셀라 아저씨에게 안긴다. 

 

독후감

소설은 비교적 짧다. 최근에 수상한 경력이 있는 책을 보면 그다지 길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내용은 비교적 평범하다. 그리고 문체가 간결하면서 함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행간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감정묘사가 간결하게 표현되는데 그 간결함을 통해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느껴진다. 마치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 하는듯 하다. 

 

역자는 소설 중간중간에 이러한 저자의 의도를 담고 있는 장면이 있음을 말해준다.

초상집에 다녀와서 아저씨와 해변으로 긴 산책을 갔던 아름다운 밤에 킨셀라 아저씨는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킨셀라 씨가 이웃에게 주인공 소녀에 대해서 “해야 하는 말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안 하”는 아이라고 칭찬하거나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주머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전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생각 등, 이 책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자체에 대한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함축적이고 여백이 많은 글로 분위기나 감정을 오히려 정확하게 전달하는 클레어 키건은 “애쓴 흔적을 들어내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며 “애써 설명하는 것보다 독자의 지력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 허진 옮김 > 중에서

감정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하기 보다는 독자들에게 그 감정을 느껴보게 하기 위해 절제하며 썼다는 말인듯 하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자신의 부모가 아닌 낯선 타인의 부모에게서 돌봄의 따뜻함을 알게 되는 소녀의 마음이 더 깊이 다가왔다. 좋은 소설이다. 다만 마지막에 소녀가 킨셀라 아저씨에게 안겼다가 지팡이를 들고 쫓아오는 아빠를 본 후 말하는 장면이 무엇을 뜻할까 궁금했다. 

차려입은 옷을 통해 전달되는 아저씨의 열기가 느껴진다. 내가 마침내 눈을 뜨고 아저씨의 어깨 너머를 보자 아빠가 보인다. 손에 지팡이를 들고 흔들림없이 굳세게 다가온다. 나는 손을 놓으면 물에 빠지기라도 할 것처럼 아저씨를 꼭 붙든채 아주머니가 목구멍 속으로 흐느끼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는 소리를 듣는다...(중략)...더욱 심오한 무언가 때문에 나는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아빠" - <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 허진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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