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가인 리베카 솔닛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그동안 익히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막상 책을 찾아 읽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 모임에서 소개를 받고 '멀고도 가까운'이라는 에세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힘이란 무엇일까 기대하며 읽었다.
1.책소개
1)작가 소개
'멀고도 가까운'의 저자 리베카 솔닛은 2010년 미국의 대안 잡지 '유트리더'가 꼽은 '당신의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 가운데 한명으로 인권운동가이자 환경,반핵 운동에 열렬히 참여하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어둠 속의 희망', '이 폐허를 응시하라', '걷기의 역사' 등이 있다. 비교적 최신작인 '멀고도 가까운'을 통해 2013년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고, 2013년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도 오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림자의 강'으로는 래넌문학상, 마크린턴 역사상을 받기도 하였다. 주로 예술평론과 문화비평과 관련된 책들을 저술하고 있다.
2)멀고도 가까운
리베카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한 에세이다. 불행했던 어머니와의 관계속에서 힘겨워했지만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감동받고 치유되는 과정을 서술하였다. 이를 통해 이야기가 가진 치유의 힘을 에세이의 형식을 빌려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2.주요내용
'멀고도 가까운'의 작가 리베카 솔닛은 어머니의 불행한 삶의 이야기에 휘둘려 자신 또한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어머니의 끝없는 질투,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이후 자신의 아름다운 이야기마저 잃어가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녀를 지켜보는 리베카 솔닛을 더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리베카 솔닛은 불행한 이야기를 감싸 안아 줄 새로운 희망의 이야기를 경험하면서 서서히 자신이 치유됨을 경험한다.
우리는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사랑하라고, 미워하라고, 두눈으로 보라고 혹은 눈을 감으라고,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이야기가 우리를 올라탄다. 그렇게 올라타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찍질을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면,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그걸 다른다.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추고, 침묵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에 이름을 지어주고, 그런 다음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p.15)
때문에 '멀고도 가까운' 안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프랑켄슈타인', '나니아연대기', '북극모험', 체베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백조왕자', '눈의 여왕' 등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이야기와 아픔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발견하고 동시에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고통에도 목적이 있다.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느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돌보지도 않는다.' 당시 나의 상황에 놀랄만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말이었다. 오래된 지혜를 새롭게,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재확인한 나는 나병과 고통에 관한 글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p.152)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받게 되는 고통 뿐 아니라 모든 삶에서 얻게 되는 고통 안에는 목적이 있고 그것은 곧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도미노처럼 연결되어 넘어졌던 아픔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어머니'나 '아버지'라고 말할 때, 그건 서로 다른 세가지 현상을 일컫는다. 우선 당신을 만들고 어린 시절 늘 당신위에 있는 거인이 있다. 그 다음,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지하게 되는 때때로 친구처럼 대할 수 있는 어떤 인간적인 모습이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스스로 내면화한 부모님의 모습이 있다. 그것은 당신 자신이 되기 위해 투쟁하고, 달래고, 도망치고, 이해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대상이다. 이 세 모습이 한데 뒤섞여 혼란스럽고 서로 모순되는 삼위일체를 만들어 낸다. 강물 앞에서 "네"라고 대답함으로써 나는 내안에 있던 어머니의 모습, 의무감과 경계심이 반영되어 있던 그 모습을 극복해 낸 것이다.(p.58)
리베카 솔닛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속해있는 삶속에서 자신을 바라볼 때 그 안에서 사랑, 소망, 용서 등과 같은 긍정적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고 이러한 이야기는 자신의 부정적 이야기를 밀어내고 치유로 가득 하게 한다고 말한다.
3.개인평점 : 3 / 5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이라는 책을 통해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최근에 에세이와 같은 책들을 읽기가 힘들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멀고도 가까운'이라는 책을 읽을 때 많이 힘들었다.
저자는 이야기의 힘으로 자신의 아픔을 치료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초반부에는 이와 같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읽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고 계속 읽게 되었다.
결국 마지막 장을 다 넘기고 나서야 작가의 의도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작가의 의도를 이해한 후 다시 한번 읽었을 때에는 '멀고도 가까운'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말에 설득 당해 버렸다.
사람은 이야기 속에서 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며 산다. 이야기로 상처받고, 이야기로 치료받고, 이야기로 성장한다. 작가는 그것을 본인의 경험을 통해 증명해 내려 했던 것 같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어머니와의 이야기는 또 다른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이해되고 치유하고 감싼다. 그리고 성장 시킨다. 옮긴이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느 부분은 죽어야 하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는 것보다 죽음이 먼저 오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의 죽음은, 스스로 익숙한 자기 모습의 죽임이기 때문에 ' 타인의 이야기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내 이야기의 일부를 비워 내는 것. 그렇게 타인의 어휘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더 커진 경계 안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p.379)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하면 '멀고도 가까운'에서 말하는 리베카 솔닛의 이야기는 우리 삶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치유의 힘이 깃든 이야기 약초들을 발견할 눈을 갖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매우 좋은 책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