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스토리'라는 단어에 매우 익숙하다. 한 SNS서비스 중 하나인 '스토리'를 비롯해서 삶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던지 심지어는 한 상품을 파는데도 그 상품에 대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어느순간부터 '스토리 강박증'에 걸린듯 보인다. 이러한 점을 예리하게 꼬집고 있는 책이 한병철 교수의 '서사의 위기'다.
1.책소개
1)저자 소개
'서사의 위기'를 집필한 한병철 교수는 2010년 사회의 평가주의를 비판한 책 '피로사회'로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피로사회'는 독일의 모든 매체를 통해 집중적으로 다루어졌고 당연히 피로한 사회인 대한민국에서도 화제를 모았었다.
한병철 교수는 1959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금속공학 전공 후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뮌헨대학에서 철학, 독일문학 그리고 가톨릭 신학을 전공하였다. 이후 '피로사회', '투명사회', '고통없는 사회' 등 주로 사회적인 현상과 관련한 책을 집필하였다.
2)역자 소개
역자인 최지수씨는 한국외대에서 독일어를 공부했고, 통번역대학원에서 통역전공으로 석사취득 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번역서로는 '나를 살리는 철학', '강아지와 가족이 됐어요', '고양이와 가족이 됐어요' 등이 있다.
3)독자 반응
-현대인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보다 스마트폰에만 집중한다. 공동체를 만드는 서사는 사라졌다. 이 책에는 이야기가 사라진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_독일 아마존 독자 Chr************
-훌륭하고 정확하며 거의 완벽한 책이다. 한병철은 다시 한번 현대 사회의 문제에 정곡을 찌른다. 벤야민의 서사 개념을 근대 후기에 맞게 훌륭하게 발전시킨 그의 철학이 놀랍다. _스페인 아마존 독자 Ni***** ********
-이번 신작도 거의 모든 문장에 밑줄을 치며 읽었다. 한병철 책의 매력. _yes24 구매자
2.주요내용
네트워크 시대의 정점을 찍는듯한 오늘날의 문화는 SNS라는 편리한 도구로 인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연결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SNS의 서비스인 '스토리'를 통해서 또는 '피드'를 통해서 연결된 지인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너무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외롭다'. 저자는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회적 현상의 원인을 서사의 부재라고 말하고 있고, 이것이 곧 '서사의 위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 과잉 사회는 그 속에서 ‘스토리텔링’을 외친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전시하듯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찰나의 장면들을 끊임없이 공유하고 공감 버튼을 누른다. 그러나 그 안에 의미는 없다. 사라져 버릴 정보에 불과하다. 무언가를 끝없이 공유하고 타인과 교류하면서도 고립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셀링Storyselling’이라는 자본주의의 달콤한 무기가 되어 마치 의미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유혹한다. 세상으로부터 충격받고 저항하고 간극을 느끼며 자신만의 철학을 쌓아올릴 기회를 빼앗고 그저 ‘좋아요’를 외치게 만든다...(중략)...
근대의 서사적 위기는 세상이 정보로 과포화되는 데 원인이 있다. 이야기 정신은 정보의 홍수에 목이 졸린다. 벤야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야기하기 예술이 희귀해졌다면 정보의 확산이 이러한 사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정보는 ‘설명할 수 없고 오로지 이야기로 전해지는 일’은 취급하지 않는다 - < 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 / 최지수 옮김 > 중에서
연결되어있지만 기억되고 있지 않은 스토리들은 그저 무심하게 확인만하고 손가락으로 넘겨버리는 정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보에는 사실상의 연결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소비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타인이 올리는 스토리는 웹툰이나 정보기사를 소비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흥미거리 정보일 뿐이지 나와 연결된 그 어떤 것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시간은 현재의 좁은 궤도로 단축된다. 여기에는 시간적 폭과 깊이가 없다. ‘업데이트 강박’은 삶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과거는 더 이상 현재에 유효하지 않고, 미래는 최신의 것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그 폭이 좁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가 없는 채로 존재하게 된다. 이야기가 역사이기 때문이다. 응축된 시간인 경험뿐 아니라 도래할 시간인 미래 서사 모두 우리에게서 사라져 간다...(중략)...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의 ‘스토리’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은 어떠한 서사적 길이도 보이지 않는다. 일련의 순간 포착일 뿐이며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실상 이들은 빠르게 사라지는 시각적 정보에 불과하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중략)...
셀카도 찰나의 사진이다. 셀카는 오로지 순간만을 드러낸다. 기억 매체로서의 아날로그 사진과 달리 셀카는 일시적 시각 정보다. 아날로그 사진과 달리 셀카는 짧은 인식 후 영원히 사라진다. 이들은 기억을 위해서가 아닌, 소통을 위해 사용된다. 궁극적으로 운명과 역사가 담긴 인류의 종말을 예고한다. - < 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 / 최지수 옮김 > 중에서
연결되어있다고 착각하는 것일뿐 실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외롭다. 의미없는 이슈를 따라다니며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에 공허하고 많은 것을 보지만 채워지지 않는다. 자신의 역사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 정보 나열식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공감이 아닌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진정한 공동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기만의 역사를 잃고 우연성에 휩싸인 채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의 해결책으로 '경청'과 '접촉'을 제시한다.
치유는 환자들을 이야기의 막힘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말로써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환자는 스스로 자유롭게 이야기할 때 치유된다....(중략)...
오늘날은 스토리텔링이 넘침에도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 병원에서조차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의사들에겐 이야기를 경청할 시간도, 인내심도 없다. 효율의 논리는 이야기의 정신과 조화될 수 없다. 경청에서 중요한 것은 전달되는 내용이 아니라 사람, 즉 타자가 누구인가다. 모모는 자신의 깊고 다정한 시선을 통해 타자를 그 사람의 타자성 안에 그대로 둔다. 이는 수동적인 상태가 아닌 능동적인 행위다. 경청은 상대에게 이야기할 영감을 주고 이야기하는 사람 스스로 자신을 소중하다고 느끼고,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심지어 사랑받는다고까지 느끼는 공명의 공간을 연다 ...(중략)...
접촉은 우리를 자아 안에서 밖으로 꺼내준다. 접촉의 빈곤은 결국 세계 빈곤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우리를 우울하고, 외롭고, 불안하게 만든다. 디지털화는 이러한 접촉의 결핍과 세계 빈곤을 계속해서 악화시킨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고립시키는 것은 늘어가는 연결성이다. 여기에 바로 파멸적인 네트워킹의 변증법이 존재한다. 네크워킹되어 있다는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다. - < 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 / 최지수 옮김 > 중에서
서사가 없는 삶은 소비되면 없어지는 이슈적 삶이되기 쉽다. 이러한 삶은 외롭고 공허하다. 그렇기에 단순 정보 나열의 삶이 아닌 서사적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3.개인평점 4 / 5
코로나시절을 지나면서 사회적인 외로움과 고립에 대한 이슈가 많이 불거졌다. 사실을 따지고 보면 코로나도 어떻게 하지 못했던 것이 네트워크에 의한 연결성 아니었던가? 그렇지만 코로나시절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들리는 단어는 '외로움', '공허함', '고독사'라는 말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한병철 교수는 '서사의 위기'를 통해 예리하게 진단한다. 연결되어 있다고 착각했을 뿐 그저 소비하고 있는 정보성 글의 중독이 그 원인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SNS를 비롯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습관처럼 더 나아가서 중독자처럼 볼 뿐 그 안에서 관계성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삶은 이야기다. 서사적 동물animal narrans인 인간은 새로운 삶의 형식들을 서사적으로 실현시킨다는 점에서 동물과 구별된다. 이야기에는 새 시작의 힘이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든 행위는 이야기를 전제한다. 이와 반대로 스토리텔링은 오로지 한 가지 삶의 형식, 즉 소비주의적 삶의 형식만을 전제한다. 스토리셀링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은 다른 삶의 형식을 그려낼 수 없다. 스토리텔링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소비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우리로 하여금 다른 이야기, 다른 삶의 형식, 다른 지각과 현실에는 눈멀게 한다. 바로 여기에 스토리 중독 시대 서사의 위기가 있다. - < 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 / 최지수 옮김 > 중에서
최근에 많이 나오는 이슈였지만 '서사의 위기'라는 책을 통해서 더 현실성있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해결책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았다. '경청'과 '접촉'과 관련한 더 상세한 논거나 예시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문제를 작성한 후 해결책을 제시할 때쯤 힘이 빠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을 인용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벤야민이라는 학자에 너무 의존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아쉬웠던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세계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에서의 관계성의 문제를 통찰력있게 비판하고 이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작성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좋아요와 팔로우 수로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는 사람에게 '서사의 위기'는 더 행복한 세상을 제시해 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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