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피트스완슨의 작품으로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았다. 많은 사람들의 극찬을 받은 소설이라는 말을 듣고 한 번 읽어보았다. 스릴러 물인 이 책은 꽤 양이 있는 책이다. 그렇지만 쉽게 넘어가는 책이어서 금새 읽어버렸다.
줄거리
히스로 공항 라운지에서 테드는 우연히 빨강머리의 매력적인 여인 릴리를 만난다. 두 사람은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적당한 알콜을 섭취한 테드는 릴리에게 지난 주 아내가 외도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이야기를 듣던 릴리는 테드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고 테드는 죽이고 싶다는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들은 릴리는 테드에게 아내를 죽이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냥 하는 소리인줄 알았지만 테드는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두 사람은 아내 미란다를 죽이기 위한 계획을 짠다.
좋아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잠시 생각했다. “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게다가 당신 부인은 죽여 마땅한 사람 같은데요...(중략)...그러니 누군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미란다처럼 자신을 향한 상대의 사랑을 남용한다면 그 사람은 죽여 마땅해요.” - <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
계획된 날짜가 가까이 다가 온 어느날 홀로 있는 테드를 한남자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 남자는 총으로 테드를 살해한다. 그 남자는 테드의 아내 미란다와 외도관계에 있었던 브래드였다. 테드와 릴리가 살인을 계획하는동안 미란다 역시 브래드를 심리적으로 조종하여 테드를 살해하도록 한 것이다.
“계획대로만 한다면 잘못될 일은 없어요. 하나만 물을게요. 만약 오늘 케네윅에 지진이 나서 미란다와 브래드가 죽었다고 해봐요. 기분이 어떻겠어요?” “행복할 겁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대답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그들은 죗값을 치르겠죠.” “우리가 하려는 일이 바로 그거예요. 지진을 만드는 거죠. 둘 다 매장할 정도의 지진.”-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릴리는 미란다를 죽이기 위한 혼자만의 계획을 짠다. 그리고 브래드에게 접근해 그를 설득한 다음 미란다를 죽이도록 유도한다. 사실 미란다는 릴리의 대학 선배로 오래전 한 남자를 두고 악연이 있었던 사이였다. 릴리는 미란다를 죽이도록 브래드를 조종한 뒤 역시 브래드 마저 살해한다.
한편 테드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킴볼은 사건의 범인이 릴리라는 의심을 갖고 잠복을 한다. 그러나 곧 발각되고 릴리에게 살해될 위험에 빠진다. 하지만 동료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릴리는 체포된다.
난 후회하지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내가 저지른 살인마다 이유가, 그것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가슴이 아픈 까닭은 외로움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내가 아는 사실을 공유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외로움.-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
느낀점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미국식 스릴러 물들이 많이 생각이 났다. 책 자체는 어렵지 않기 때문에 쉽게 넘어간다. 하지만 그것이 굉장한 스릴이나 재미가 있어서 넘어간다기 보다는 내용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쉽게 넘어간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은 네 명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릴리, 테드, 미란다 그리고 킴볼 형사다. 그런데 이렇게 전개하는게 특별한 시각 차이를 보이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한 듯 했다. 이야기는 동일하게 진행되는데 단지 화자만 바꾸어 설명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색다른 시각을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렸을 적 불쾌한 경험으로 살인을 저지른 이후 릴리는 살인에 대해 쉽게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경험이 곧 살인자로서의 릴리를 만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릴리가 테드의 이야기를 듣고 살인을 결심하는 내용이 좀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미란다와의 악연 때문에 그런다고 할지라도 개연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하며 읽었다. 그리고 브래드가 아무리 심신이 약한 남자라 해도 그렇게 쉽게 조종될이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읽었다. 갑자기 릴리에게 빠져들어가는 킴볼도 마찬가지였다.
여하튼 여러모로 허술한 전개가 아닌가 생각했다. 책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약간 지루한 책이었다. 그나마 좋았던 부분은 마지막 부분에서 아버지가 편지하는 장면이다. 이것을 통해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데 이 부분에서 약간 긴장감이 있어 좋았다.
예전에 한창 유행하던 미국스릴러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평가가 나뉠 듯 싶다.
밑줄긋기
나는 진토닉을 한 잔 더 주문하고 살인에 대해 이 여자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맞는 말이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게 왜 그리 끔찍한 일로 간주되는 걸까? 금세 새로운 세대가 세상을 차지할 테고,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죽을 것이다. 몇몇은 끔찍하게, 몇몇은 평온하게. 살인을 죄악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겨진 사람들 때문이다. 죽은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하지만 만약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
릴리가 그해 여름 나와 에릭의 일을 알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에릭의 죽음이 사고가 아닐 수도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내 머릿속에 다시 릴리가 들어왔다는 사실이 왠지 거슬렸다. 금요일에 테드가 윈슬로에 간 데는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릴리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
우리 옆집의 오래된 바드웰 농가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헤지펀드 매니저에게 팔렸지 뭐냐. 그곳을 평평하게 골라서 방이 쉰일곱 개쯤 되는 싸구려 호텔을 짓겠다더라. 벌써 불도저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네가 농장 옆의 작은 초원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기 때문에 이 소식을 전한다 -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사랑한다는 아빠의 말은 어떤 뜻일까? 혹시 아빠는 이미 우물 속 시체를 발견하고 먼저 손을 쓴 건 아닐까? 아빠가 미국으로 돌아온 직후 갈퀴로 낙엽을 긁어야겠다고 말한 대목, 한밤중에 소리 지르며 깨어났다는 대목은 그냥 우연일까? 아니면 우물 속 시체를 발견하고 그런 것일까? 또 남의 일에 지극히 무관심하던 엄마는 왜 갑자기 환경주의자가 됐을까? 엄마도 뭔가를 알고 공사를 반대한 건 아닐까? 평생 자식을 방치해온 부모가 마지막으로 자식에게 속죄하려 했을까? 물론 이것은 과장된 해석일 수 있다 -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