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단연 AI기술의 발전이다. 사람들은 AI 기술발전의 명암에 관심을 가지며 두려워하기도 하고, 환영하기도 한다. 천선란 작가의 '천개의 파랑'은 독특한 감성을 가진 AI와 주변 인물 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줄거리
평소 AI에 관심이 많았던 연재는 우연히 경마장 건초 더미에서 부서진 채 버려진 콜리라는 AI기수 로봇을 발견한다. 자신이 가진 전 재산으로 콜리를 사온 연재는 친구 지수의 도움을 받아 콜리를 수리한다.
콜리는 원래 경마를 하는 기수 로봇이었는데 파트너 말인 투데이와 함께 질주하던 중 하늘을 보다 낙마해서 부서져버린 것이다. 연재는 콜리가 다른 AI와는 다르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에서 두 가지 말도 안 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하나는 연구생이 칩을 떨어트렸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바닥에 떨어진 칩을 청소 담당자가 다른 칩 상자에 넣었다는 것이다. 둘 다 인간이 아닌 기계였다면 절대로 일으키지 않았을 사고였다. 그러니 콜리는 인간의 실수로 탄생한 셈이다 - <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음 > 중에서
콜리가 집에 오면서 연재의 가족인 은혜, 보경은 AI인 콜리로부터 지난 날의 아픔 들을 위로 받는 경험을 한다.
한편 장애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은혜는 늘 경마장에서 달리는 투데이를 보는 것이 낙이었는데 콜리가 낙마 한 이후 투데이는 무릎 부상으로 달릴 수 없게 되었고 달리지 못하는 투데이는 안락사가 결정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소식은 콜리에게도 전해졌고 투데이를 살리고 싶다는 콜리와 은혜의 부탁으로 연재는 투데이를 살리는 계획을 실행한다.
투데이의 생명이 결정 될 중요한 경주를 위해 다시 투데이와 콜리는 주로에 서고 콜리는 무릎이 아픈 투데이가 되도록 천천히 달리도록 독려한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아요. 저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당신의 주로가 있으니 그것만 보고 달려요.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요. 어차피 이 주로는 투데이만 달릴 수 있다. 관중석에서 보내는 야유는 중요하지 않다. 투데이가 신경 쓰지 않도록 귓가에 말하고, 또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저 소리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굳이 들을 필요 없어요. 모든 것을 듣고 살 필요 없어요 - <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음 > 중에서
하지만 콜리는 투데이의 진짜 행복을 위해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2.책 소개
1)작가소개
'천개의 파랑'을 집필한 천선란 작가는 안양예고 문예창작과와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이후 지구에서 동식물이 주류가 되는 소망을 간직한 채 주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며 집필 활동을 했다.
2019년 첫 장편 '무너진 다리' 2020년 '어떤 물질의 사랑' 을 출간했으며, 2019년 '천개의 파랑'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했다.
2)천개의 파랑
천선란 작가의 '천개의 파랑'은 평소 작가가 소망했던 동식물이 지구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그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천개의 파랑'은 말인 투데이와 AI인 콜리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어쩔수없이 발전하는 과학속에서도 여전히 지구의 주인은 동식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는 아니겠지만 아주 먼 미래에요. 짐승이 이 행성을 포기하게 되는 거요. 이곳에서는 더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한 동물의 유전자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거예요.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좁은 울타리에 갇혀 착취당하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유전자가 생존의 수단으로 죽음을 택할지도 모르잖아요.” 복희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기술의 발달과 멸망의 속도가 같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매일 뉴스에 나오는 새로운 기술과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만, 사라져가고 학대받는 동물들에게 관심을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음 > 중에서
작가의 말에 따르면 원래 출품하려고 했던 작품은 '천개의 파랑'이 아니라 다른 책이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출품 3주전 갈아 엎고 다시 집필하여 입상하였다고 한다.
3.개인평점 : 4.5 / 5
평소 SF소설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제목이 먼저 마음에 와닿았다. '천개의 파랑'은 콜리가 보았던 하늘과 관련된 말인 것 같다.
작가는 지구의 주류가 인간이 아닌 동식물이 되는 날을 꿈꾼다고 한다. 그래서 '천개의 파랑'에서 어느정도 이 생각이 반영되어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작가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의 느림의 미학이라고 생각된다.
바쁘지만 무기력한 날들이 많았다. 쉬고 싶었지만 멈췄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일까 봐 멈추지 못했던 날들이 많았고, 실은 작가노트를 쓰고 있는 지금도 멈추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다.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가끔은 내가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아니,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산다. 적어도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전부 바쁜 사람들뿐이었다. - <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음 > 중에서
책 속에서도 AI인 콜리가 빨리 달려야 하는 투데이에게 천천히 자신의 주로를 걸어가라고 하는 부분에서 이러한 점을 더욱더 선명하게 나타내었다고 보았다.
소설 속 곳곳에는 발전하는 문명속에 어쩔 수 없이 AI를 받아들여야 함을 말한다. 그리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의 도태 역시 갈수록 빨라진다고 한다.
연재도 실은 머지않아 베티가 이 편의점에도 들어올 것을 알고 있었다. 베티는 2004년에 K대학교에서 만들었던 한국 최초의 이족보행 인간형 로봇 ‘휴보’의 진화형 모델이자 보급형 모델이었다. 외형은 비슷했으나 기능이 더 추가되었고 움직임이 인간의 관절처럼 부드러웠다. 결국 이 세상은 수지타산이 얼마만큼 맞느냐로 돌아가는 것인데, 점장의 말마따나 이제는 인간 한 명을 고용해 쓰는 것보다 휴머노이드 한 대의 비용이 더 저렴했다...(중략)...보경이 보기에는 시대의 흐름에 탑승하지 못한 예견된 추락일 뿐이었다. 길거리에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낸 휴머노이드를 보고도 자신과는 엮이지 않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도태의 씨앗이 된 게 분명했다. 물론 보경에게는 해당 사항 없는 말이었다. 아무리 휴머노이드가 만능이라고 하더라도 고철이 연기하는 드라마는 아무도 보고 싶어 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시대의 역풍과는 전혀 다른 바람이 불어와 보경을 낭떠러지로 밀었다. - <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음 > 중에서
그렇지만 이런 이유로 AI와 인간이 적대관계가 되리라는 암울한 미래를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AI인 콜리를 통해 난생 처음 이해 받는 보경과 은혜 그리고 연재를 통해서 공존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구는 문명의 발전인 AI와 인간만이 주인이 아니며 동물과 식물들도 구성원으로서 함께 존재함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문명속에서 인간으로 하여금 한 숨 돌리고 쉬게 하는 존재는 자연이다. 그리고 거대한 자연에 눈을 돌릴 때 인간은 그 앞에서 겸손해지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아무래도 작가는 발전의 정점인 AI가 천천히 움직여도 된다는 말을 투데이에게 하게 하므로써 인간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깨달을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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