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주인공인 후루쿠라 게이코는 어릴적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는다. 이를 걱정한 부모님들은 최대한 평범하게 보통사람처럼 행동하는 방법을 그녀에게 교육한다. 이렇게 성장해 온 주인공은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편의점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살게된다. 모든 것이 정해져있고 매일 반복된 패턴으로 일할 수 있는 편의점이 주인공에게는 딱 맞는 일이었던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편의점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 바뀌고 점장들이 새롭게 바뀔때까지 홀로 그 자리를 지키며 18년의 세월동안 일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서는 적당한 나이에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은채 편의점에서만 일하는 주인공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사라하라는 새로운 신입 아르바이트 생을 만나면서 주인공의 삶에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능력은 없으면서 현실만 부정하는 사라하가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둘은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주인공은 사하라와 동거를 하면 주변의 수군거림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라하는 적당한 일을 찾지도 않으면서 주인공인 후루쿠라 게이코의 삶에 간섭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편의점일을 그만 두고 구직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볼 때 번듯한 직장을 구하라고 재촉까지 한다.
그 사이 편의점의 게이코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대채되고 이를 알게된 주인공은 낙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사라하의 손에 이끌려 구직면접을 보러가던 중 한 편의점에 들어가게 된다. 편의점에 들어간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편의점 관리 일을 는다. 그러다 갑자기 주인공은 편의점일이 자신의 사명이며 사라하도 필요없다고 소리지르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보고 분개한 사라하는 후루쿠라 게이코를 떠나고 후루쿠라 게이코는 편의점에 복직하기로 결정한다.
주요장면
“무슨 일이니 게이코? 어머나, 작은 새가..! 어디서 나왔을까..불쌍해라. 무덤을 만들어 줄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하는 어머니에게 나는 “이거 먹자”라고 말했다...(중략)...어머니는 "이 새는 작고 귀엽지? 저쪽에 무덤을 만들고, 모두 함께 꽃을 바치자꾸나" 하고 열심히 말했고, 결국 그 말대로 되었지만,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두 입을 모아 작은 새가 불쌍하다고 말하면서, 흐느껴 울며 그 주위에 핀 꽃줄기를 억지로 잡아 뜯어 죽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꽃이네. 분명 작은 새도 기뻐할 거야"라고 말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이상한 것 같았다. 작은 새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나무 울타리 안쪽에다 판 구덩이에 묻혔다. 누군가가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아이스크림 막대기가 흙 위에 꽂히고, 꽃 시체가 듬뿍 바쳐졌다.(pp.11-13)
생명의 경중은 없다. 동물이라서 생명이 소중하고 식물이라서 생명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사람은 이러한 점을 착각해서 죽음을 애도하는데 식물을 죽여 사용하고 있다. 주인공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이러한 이상한 애도방식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이것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거의 내옆에 있는 사람들이다. 3할은 이즈미씨, 3할은 스가와라 씨, 2할은 점장, 나머지는 반년전에 그만둔 사사키씨와 1년전까지 알바팀장이었던 오카자키 군처럼 과거의 다른 사람들한테서 흡수한 것으로 구성되어있다...(중략)...내 말투도 누구나에게 전염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면서 인간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pp.39-40)
“모두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안 돼요. 30대 중반인데 왜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왜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가. 성행위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까지 태연히 물어봅니다. ‘창녀와 관계한 건 포함시키지 말고요’ 하는 말까지 웃으면서 태연히 하죠, 그놈들은. 나는 누구한테도 폐를 끼치고 있지 않은데, 단지 소수파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내 인생을 간단히 강간해버려요.”(p.109)
“시라하 씨, 결혼만이 목적이라면 나랑 혼인신고를 하는게 어때요?”, “그렇게 간섭받는게 싫고, 무리에서 겉돌기 싫다면 제꺼덕 결혼하면 되잖아요? 사냥...그러니까 취직에 관해서는 모르지만, 결혼하면 우선 연애 경험이나 성경험에 대해 간섭당할 위험은 없지 않을까요?”(p.109-111)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런 곳에서 일한다고 멸시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나는 그게 몹시 흥미로워서 그렇게 깔보는 사람의 얼굴 보는 걸 비교적 좋아한다. 아, 저게 인간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자기가 하는 일인데도 그 직업을 차별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나는 무심코 시라하 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깔보는 사람은 특히 눈 모양이 재미있어진다. 그 눈에는 반론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심, 또는 상대가 반발하면 받아쳐줘야지 하는 호전적인 빛이 깃들어 있는 경우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깔볼 때는 우월감이 뒤섞인 황홀한 쾌락으로 생겨난 액체에 눈알이 잠겨서 막이 쳐저있는 경우도 있다. 나는 시라하씨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단순한 차별감정이 어려 있을 뿐, 지극히 단조로운 모양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지금도 꿈틀거리고 있는 그 투명한 유리 상자를 생각한다. 가게는 청결한 수조 안에서 지금도 기계장치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 광경을 상상하고 있으면, 가게 안의 소리들이 고막 안쪽에 되살아나 안심하고 잠들 수 있다.아침이 되면 또 나는 점원이 되어 세계의 톱니바퀴가 될 수 있다. 그것만이 나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p.34(30))
그때 나에게 편의점의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편의점 안의 모든 소리가 의미를 갖고 떨리고 있었다. 그 진동이 내 세포에 직접 말을 걸고, 음악처럼 울리고 있었다. 이 가게에 지금 뭐가 필요한지,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먼저 본능이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중략) 이번에는 초코릿 매대가 눈에 들어왔다...(중략)...나에게는 편의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편의점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어떻게 되고 싶어 하는지, 손에 잡힐 듯이 알 수 있었다...(중략)...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길까지 나를 질질 끌고 가면서 호통을 치는 시라하 씨에게 나는 말했다.
˝편의점의 목소리가 들려요.˝
내 말에 시라하 씨는 역겨운 것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굴을 싸고 있는 창백하고 얇은 피부가 마치 주먹으로 움켜쥐어 으스러뜨린 것처럼 쭈글쭈글 구겨졌다.
그래도 나는 물러나지 않았다.
˝몸속에 편의점의 목소리가 흘러들어 와서 멈추질 않아요. 나는 이 목소리를 듣기 위해 태어났어요.˝(pp.183-187)
개인평점: 4.5/5
어쩌면 우물안의 개구리는 더 넓은 세상에는 관심이 없을수도 있다. 그냥 그 안에서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기준으로 함부로 남의 인생을 판단하고 평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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