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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훌훌(문경민)-아픔도 치유도 관계로 인한 것이다.

by 글씀맨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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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고등학교 2학년인 서유리는 입양되었지만 곧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누구인지, 왜 입양되었고 버림받았는지도 모른채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할아버지와의 관계는 말도 제대로 섞어본적 없이 서먹하게 지내고 있다. 유리에게는 한가지 계획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집을 나가 과거를 훌훌 떠나보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을 입양하고 버렸던 서정희씨의 사망소식을 접하게된다. 장례를 마치는 날 서정희씨의 아들 연우를 만나게 된다. 만나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떠맡게 된다. 할아버지와 유리 사이에 연우라는 새로운 관계가 끼어든 것이다. 이렇게 세 사람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될 때쯤 할아버지가 병투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연우는 심한 학대로 인해 서정희씨와의 관계가 틀어졌고 그 영향은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미쳤다는 것을 알게된다. 연우는 학대를 받은 만큼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된 것이다. 

 

2년후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새로운 인생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계획했던 유리는 새롭게 맺어진 관계 때문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이 새로운 관계는 고통이 아닌 치유로 바뀌게된다.

 

총평점: 4.5/5

소설 '훌훌'을 접하면서 처음에는 제목이 왜 훌훌일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한 것은 입양후 버림받은 과거의 상처를 가진 주인공 유리가 아픈과거와의 관계를 훌훌 털고 새로운 시작을 계획하는것을 염두해둔 제목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는 과거를 끊으려고 하는 생각을 훌훌 떠나보내게 되는 주인공을 염두해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소설은 입양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다. 입양은 관계와 관련있다. 입양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유리, 연우는 관계 때문에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 상처를 해결하는 방법은 곧 단절이었다. 주인공 유리는 가족과의 단절을 택했고, 연우는 어머지 서정희씨와의 단절을 택한다. 요즘말로 말하면 손절 하므로써 아예 관계를 끝을 내는 것이다. 

 

나를 아프게 한 과거, 인간관계, 가족관계등과 손절하면 그 관계로 인한 상처 역시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유리는 학교에서 세윤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똑같은 입양의 상처를 안고 친구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가족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이다. 이것을 통해 저자는 관계로 인해 받은 상처는 관계를 통해 치유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결국 유리도 할아버지와 연우와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치유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픔도 치유도 관계로 인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절이 아닌 연결이 온전한 치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Pixabay 로부터 입수된  Anemone123 님의 이미지 입니다.

 

장면들

내가 입양되었다는 건 서정희 씨에게서 들었다. 어느해 겨울날 서정희씨느 입양 관련 동화책을 가져와서 내게 읽어주었다. 그리고 어정쩡한 말투로 말했다. 너는 내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몇 살 때였는지는 잘모르겠다. 다만 기억나는 건 두 가지였다. 사람이 가슴에서 태어날 수 있다는게 이해되지 않았다는 것. 가슴으로 낳았다는 말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서정희 씨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p.19)
언젠가 할아버지와 둘이 마주한 식탁에서 나는 서정희씨가 왜 나를 끝가지 책임지지 않은 거냐고 물었다. 사이다에 밥을 말던 할아버지는 별일 아니라는 것철럼 대답했다. "아무래도 자기 자식은 아니었으니까 뭔가 힘들었던 게지." ,,.(중략)...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서정희씨의 삶은 애잔했다. 서정희씨는 남편과 딸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했다. 알코올중독이 의심될 정도로 술을 마셨고 다니던 학원에서도 잘렸다. 마음 달래겠다며 친구와 함께 카지노에 갔던 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고 했다.(pp.237-238)

감정만으로 이루어진 섣부른 입양이 한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음을 말하는 대목이다. 입양하는 사람은 입양한 후 파양을 할 수 있지만 부모로 알고 간 아이는 두번 버림을 받는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채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엉망이 된 기분을 감추고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야만 할때, 화가나고 치사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속을 감춰야만 할 때, 갈비뼈 사이에서 시기와 질투가 보라색 가스를 뿜어내는 듯하지만 진짜 축하해 너무 잘됐다. 최고최고 하는 말들을 해야만 할 때, 관계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가면을 써야 할 때 채팅은 정말 필요했다.(p.90)

비대면에 익숙하다 보니 때로는 채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생긴다. 미안하단 말도 사랑한단 말도 헤어지자는 말도 채팅하나로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하면 만나서 느껴야 하는 불편한 감정들, 미안한감정들, 어색한 상황등을 피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편하다. 그러나 편한 것이지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우는 자기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두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칼을 가다듬었다. 조금 전 내 안에서 터졌던 살벌하고 뜨거운 감정이 떠올랐다. 잔인하고 거칠었던 내 행동들이 머릿속에서 고스란히 재생됐다. 나를 믿을 수가 없었다. 어디에선가 엄마 서정희씨가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p.133)

연우의 몸에 난 상처들을 보고 학대를 확신했던 유리였다. 하지만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유리 역시 연우에게 폭력을 행한다.  이해시키는 것보다 폭력으로 굴복시키는 것이 더 쉽다. 관계라는 사랑으로 해결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하지만 단절이라는 폭력은 쉽게 끝낼 수 있다. 그러나 어느것이 더 좋은 것인지 우리는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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