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날'이라는 소설은 '유괴의 날'을 쓴 작가 정해연씨의 두 번째 시리즈 물이다. '유괴의 날'은 현재 방송용으로 제작되어 방영될 만큼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유괴의 날'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구원의 날' 역시 기대를 안고 읽었다.
기대한 것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는 책이었다.
1.책소개
'구원의 날'을 집필한 작가 정해연씨는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2년 '백일청춘'이라는 작품으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다.이후에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2016년 YES24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더블', '악의-죽은 자의 일기', '내가 죽였다' 등 다수의 장편소설을 출간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로맨스 소설을 썼던 20대에서 '더블'로 스릴러물로 전향한 후 많은 호평을 받았다. 빠른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플롯의 구성은 그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구원의 날'은 '유괴의 날'을 잇는 유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유괴의 날'이 방송으로 제작될 만큼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구원의 날' 또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괴의 날'은 스릴러물이지만 코믹적인 요소가 많이 첨가 되었다면 '구원의 날'은 아이를 잃은 부모의 상황을 다루기 때문에 더 어둡고 애틋하다.
2.줄거리
예원은 3년전 사랑하는 아들 선우를 잃어버린 뒤 황폐한 삶을 살게 되었고 분노조절장애라는 진단도 받게 된다. 이런 아내의 모습을 보는 선준 역시 고통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들은 초반에 조금 조사하는 것 같았지만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듯 했다.
잊지 않았다. 그날, 미친 듯이 애가 타고 죽어버릴 것 같던 그날, 그들은 두 사람을 조사했다.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경찰들은 선우를 찾아 뛰어 다녀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속이 바싹 타들어가는 두 사람을 앉혀놓고 질문에 질문을 이어갔다. 선우가 실종된 것이 두 사람으로부터 기인했다는 증거를 찾고 싶은 사람들 같았다. 애를 찾아야 되지 않느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두 사람도 사방팔방을 뛰어다니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지만 경찰들은 놓아주지 않았다. 다 절차가 있는 거라고 했다. 그렇게 3년이었다. 절차에 따른 그들은 선우를 찾지 못했다 - < 구원의 날, 정해연 > 중에서
괴로운 나날들만 이어지는 어느날 선준은 어쩔 수 없이 예원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병원에 입원한 예원은 평소 선우가 불렀던 동요를 부르는 한 소년 로운을 만난다. 그리고 로운으로부터 선우를 어떤 기도원에서 보았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예원은 선준을 설득시켜 직접 선우를 찾아 나선다.
선준과 예원에게 조사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 요청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 3년밖에 안 됐으니까 서류를 찾아보면 내용이 있을 겁니다. 찾는 대로 전화를 드리죠. “네. 꼭 부탁합니다.” 선준은 전화를 끊었다. 그들에게는 길고 긴, 물 한 모금 없고 희망 한 자락 없는, 지옥의 사막 같던 3년의 시간이 그에게는 ‘3년밖에’ 안 된 일이었다. 그 말이 선준의 귀를 긁었지만 그는 깊이 따지지 않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다치고 긁히는 자신의 마음 따위가 아니었다. - < 구원의 날, 정해연 > 중에서
기도원에 도착한 선준은 기지를 발휘해 선우가 기도원에 잡혀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기도원 직원들의 거센 저항으로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때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결국 로운의 도움으로 선우를 찾게 된다. 하지만 그 뒤에는 더 큰 아픔이 기다리고 있었다.
3.개인평점 3.5 / 5
소설 '구원의 날'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편한 마음으로 읽지는 못햇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아픔들이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야기 흐름 자체가 빠르게 진행되어 금새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예원과 선준이 기도원에 도착해 선우를 찾는 과정에서는 심장이 빨리 뛰는게 느껴질 정도로 박진감있게 읽었다. 읽는 내내 '여기서 놓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읽었다. 그만큼 가슴에 많이 와 닿았던 소설이었다.
소설속에서는 아이를 읽은 부모가 등장한다. 실제로 잃어버리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잃은 로운의 엄마 '정주희'와 실제로 아이를 잃어버린 '예원'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아이의 손을 놓쳤다. 아이의 손을 놓은 것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결국엔 놓친 아이의 손으로 인해 자신이 죽음같은 삶을 살게 된다. 작가도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예원은 사막처럼 버석거리는 삶 속에서 선우의 손을 놓았다. 실종된 선우를 찾느라 피폐해진 예원은 선우의 존재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로운의 손을 잡는다.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예원은 실종 전단지를 떼는 경비원을 보고 발작을 일으키려 하지만 로운이 그녀의 손을 잡자 진정된다. 선우를 잃어버린 날을 떠올리게 하는 천둥 때문에 괴로워하던 예원의 손을 로운이 잡아준다. 악귀가 씌어 부모를 만나면 둘 다 죽는다는 천주의 말에 속아 숨어 있던 선우에게 로운이 손을 내밀어준다.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는 예원을 찾아와 선우가 손잡아준다. 이것은 결국 손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손을 잡고, 놓고, 놓친다. 하지만 놓친 손은 다시 잡을 수 있다. 그걸로 우리는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 결국 용서의 이야기다. - < 구원의 날, 정해연 > 중에서
부모도 서툰 인간이기에 이러한 경험을 다 한번쯤 하지 않았을까? 소설에서 말하는 바는 지금 놓친 손이 있을지라도 지금 다시 손을 내민다면 부모자식이라는 끈이 그것을 다시 묶어줄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곧 가족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굉장히 좋은 소설이었음에도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었던 것은 끝부분의 한 대목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이 그에게도 있었다. 모든 문제는 단 한 사람만의 잘못이 아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쌓이고 쌓여 정신을 차리고 보면 잘못된 정거장에 도착해 있는 것이다. 선준은 처음엔 예원을 용서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깨달았다. 용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예원만이 아니었다. 예원을 그렇게 만든 것은 자신이었다. - < 구원의 날, 정해연 > 중에서
결과론적으로 볼 때 선준이 저지른 한번의 실수가 이 모든 악몽의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를 납치한 것이 무조건 잘못한 것이다. 아이를 잘 살피지 못한 것을 잘못이라 할 수 있겠지만 순간 보살핌 받지 못한 아이를 지키는 것 역시 모든 어른의 책임이다.
아이가 길을 잃었으면 집을 찾아주어야지 납치하면 안되는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상습적인 가정폭력자나 알콜중독으로 인한 학대가 심한 사람들은 잘못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적당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순간의 실수를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에 빠지는 것도 건강치 못한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부분 외에도 몇가지 부분이 약간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정말 재미있고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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