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구의 증명'이라는 책으로다. '구의 증명'을 읽었을 때 그 적나라한 표현과 현실적이야기가 너무 많이 와닿았다. 그리고 이번에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시기상으로는 먼저 나온 책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이 시작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했다. 그래서 기대를 갖고 읽었다.
1.책소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지은 최진영작가는 1981년 겨울 어느날 출생했다(작가가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후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 '팽이', '이제야 언니에게' 등이 있다.
'당신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제 15회 한겨레 문학상에 당선되었으며,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박범신, 공지영, 황현산 등은 만장일치로 최진영작가를 당선자로 선정하였다고 한다. 이후에도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의 이름을 더 많이 알리게 되었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채 진자 엄마를 찾는 한 소녀의 이야기로서 진짜 엄마를 찾는동안 맞딱뜨린 세상을 소녀의 눈으로 본 그대로 묘사한다. 소녀가 본 세상은 가짜들의 세상이었으며 그렇기에 자신이 가짜인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소녀는 무심하게 그러나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작가는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 '구의 증명'이나 기타 이후의 소설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이 책은 소중하게 다가온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쓰지 않았다면, 쓰는 존재로 살아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두자와 수선과 봉선을, 원도를, 구와 담을, 도리와 지나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며 이제야는 나에게 걸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사람으로 살았을 것이다. 나는 그 가능성의 세계가 궁금하지 않다. 10여 년 후에는 무엇을 손에 들고 있을까. 글을 계속 쓰고 있을까? 사랑한다고 말할 줄 아는 존재일까?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으나 내가 바라는 삶을 위해 지금 여기서 글을 쓸 수 있다. 10여 년 전 소녀의 이야기를 쓰던 방식으로 지금 여기에서. - <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 중에서
2.줄거리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아온 소녀는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가 진짜일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진짜 엄마를 찾기로 한다. 소녀는 어려서부터 폭력을 당해왔기 때문인지 오히려 세상에 대한 공포는 없었고 단지 악만 남아있었다.
아저씨가 두 눈을 부릅뜨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 건 하나도 안 무섭다. 소리 따위 질러봤자 귀만 막으면 된다. 눈을 아무리 무섭게 치떠봤자, 내 엉덩이를 아무리 때려봤자 나는 끄떡없다. 나를 겁줄 생각이라면 나를 죽여야 할 것이다. 죽을 만큼 때리는 것도 안 된다. 진짜 죽여야 한다. 죽는 순간 공포나 고통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죽으면 끝이니까. - <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 중에서
소녀가 진짜 엄마를 찾는 이유는 한가지이다.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가 가짜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이다. 그것을 증명해낸다면 자신을 학대했던 부모가 가짜라는 것이 확실해질 것이며 진짜인척하는 그들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진짜엄마를 찾는 이유는 진짜엄마가 그리워서도, 진짜엄마가 필요해서도 아니다. 가짜를 가짜라고 확신하기 위해서. 이유는 그뿐이다. 진짜를 찾아내야 가짜를 가짜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세상이 온통 가짜뿐이라면, 가짜가 가짜임을 증명할 수가 없지 않나. 가짜가 진짜인 척해도 뭐라 할 말이 없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꼭 진짜를 찾아내야 한다. 찾아내서, 진짜인 척하는 가짜들을 진짜 가짜로 만들어버릴 테다 - <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 중에서
그렇게 진짜 엄마를 찾는 동안 소녀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 그럴때마다 소녀의 이름은 '이년', '언나', '간나', '유나' 등 다양한 이름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이름들을 지어준 사람들 '장미언니', '국수집 할머니' ,'대장과 달수삼촌', '폐가의 아저씨', '유미와 나리 그리고 창수' 등을 만나면서 혹시 이들이 진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소녀는 버림을 당하거나 도망가야 했다. 그러면서 소녀는 세상의 불합리함을 보게되고 실상 세상 모든 것이 가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아주 사소한 것들만 변할 뿐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틀과 원리는 어디든 비슷해서, 맞는 사람은 늘 맞고 으스대는 사람은 늘 으스대며 때리는 자는 늘 때리는 자다. 그것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 알 순 없었지만,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그것을, 그런 이치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은 그들의 뜻대로 굴러간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반쯤 헐린 나의 공간에서 지켜보았다...(중략)... 불타는 집을 보고 사람들은 미친 듯 울며 용역에게 매달렸다. 용역은 그들을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용역에게 주먹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옆엔 친절한 경찰이 있어서, 주먹이 용역에게 닿기도 전에 그 사람을 잡아갔다. 모든 것은 주님의 뜻대로 될 거라고, 목소리가 말했었지. 이런 것이 정말 주님의 뜻이라면 천국은 지옥보다 더 지독한 곳일 거다. - <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 중에서
진짜 엄마를 찾아가는 동안 소녀는 자신의 모습 역시 가짜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고 이런 세상에서 진짜 엄마를 찾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소녀에게 남는 것은 상처 뿐이었다.
유미와 나리랑 있으면 늘 아슬아슬하고 조급하면서도 즐거울 땐 아무 걱정 없이 웃고 짜증 날 땐 세상을 다 부숴버릴 듯 화를 낼 수 있었다. 하루하루는 쏜살같이 흘러가는데 돌아보면 늘 제자리고 무심결에 손을 베듯 몸과 마음에 상처가 났다.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고 낯모르는 애들과 말을 섞고 어른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맨살을 다 드러내며 그렇게 쳐다보면 뭐 어쩔 거냐고, 이건 내 몸 내 정신 오직 나만의 것이니까 씨발, 관심 끄라고 대거리를 하면서도 깡마른 고양이처럼 눈빛은 언제나 불안하게 흔들렸다. 깨달음과 후회는 언제나 뒤늦게 오니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결국 혼자 남아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고 내 상처를 내 혀로 핥으며, 굶주림과 공허함에서 허덕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 <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 중에서
그렇게 유미와 나리와 함께 지내던 어느 날 뜻밖의 사건으로 소녀의 목표가 바뀌게 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세계로 사라지게 된다.
3.개인평점 5 / 5
'구의 증명' 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의 내용을 적나라하게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엽기 애정소설같이 느껴지지만 그 안에 우리가 보고는 있지만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역시 적나라하게 현실을 드러낸다.
최진영작가의 특징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적나라하게 가짜인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늘 힘없는 청소년들이다. 그들이 자라나면서 그러한 세상을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희생된다. 어떤 사람은 이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 하지만 글쎄 소년들은 사실상 성장하지 않는다.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세상에 맞설 힘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하고 함께 의지하며 함께 사랑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가진자들은 자신들과 같은 약한 존재에게 관심없다는 것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이상한 일이다. 내게 밥을 주고 잠잘 곳을 주는 사람들은 어째서 하나같이 가난한 사람들일까. 세상엔 돈 많은 사람들이 없나. 아니,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나. 어제 내가 지나온 거리에도 돈 냄새를 풍기는, 제법 잘사는 것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 <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 중에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한 소녀가 진짜엄마를 찾아나서지만 실상 자신을 보호할 진짜 엄마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진짜 엄마를 잊고 자신을 잠시라도 보듬어 주었던 사람들을 그리워 하고 끝내 그들을 위해 마지막을 결심한다. 진짜 엄마는 누구일까? 소설은 질문하는 것같다.
소설속 소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는 자들이다. 우리가 무심하게 봤을 그들이다. 우리가 무시했을 그들이며 피했을 그들이다. 선한사마리아인처럼 어쩌면 누구나 그들에게 진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봤다.
세상은 어째서 이따위인가’라는 질문만을 단검처럼 손에 쥐고 달려갈 수 있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이따위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방패처럼 손에 쥐고 느리게 한 걸음 한 걸음…… 오래 멈추었다가 다시 한 걸음 나아가거나 물러서는 시절을 통과하고 있다. 10여 년 전 내가 쓴 문장이 지금의 나를 공격하는 순간도 있다...(중략)...'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를 쓸 당시에 소녀의 나이를 몇 살 정도로 정하고 소설을 썼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 역시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뭐가 중요했나. 소녀에게 중요한 것이 내게도 중요했다. 사랑. 당신이 내 눈을 보며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순간 - <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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