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은 한국형 추리소설의 대가라고 말할 수 있는 정해연 작가의 2023년 작이다. 중국, 태국에도 번역출간이 결정되었고, 드라마라도 제작이 결정되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평소에도 정해연 작가의 추리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 사이코패스 대 사코패스라는 과감한 설정이라 하여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1.줄거리
형사인 현도진은 유부녀와 부적절한 관계에 실증을 느낀 나머지 불륜녀를 살해한다. 이후 휴가를 낸 현도진은 원래라면 불륜상대와 같이 갔을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다. 그런데 숙소에 있는 싱크대 안에서 남자의 시신을 발견한다.
이제 이 세상 어디에도 그녀는 없다.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를 소멸시킬 때의 강렬한 촉감이 아직도 손 마디마디에 남아 있었다.
‘남편이 아는 것 같아. 이참에 이혼하려고. 당신 아이를 갖고 싶기도 하고.’ 괜찮지 않다. 그는 분노했다. 그녀를 만나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라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지저분한 치정 관계에 얽히는 것은 이쪽에서 사양이다. 남편이 아는 것 같다니. 그렇게 모호하게 말할 일이 아니다. 여차하면 자신은 모든 것을 잃는다. - < 더블, 정해연 > 중에서
시신을 보고 이상한 흥분을 느낀 현도진은 살인자의 솜씨에 감탄하며 시신을 토막내고는 캠핑장 야산에 묻고는 휴가에서 복귀한다.
한편 현도진이 휴가를 간 사이 경찰서에서는 국회위원의 실종사건이 접수되고, 강력계 1팀장 장주호는 선우신에게 현도진에게 복귀명령을 전달하라고 말한다.
강력계 1팀은 국회위원 실종사건을 맡기로 하고 수사에 돌입하는데 현도진은 그 국회위원이 자신이 토막낸 그 시신의 주인이었음을 알게 되고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수사망이 좁혀질수록 현도진은 살인범으로 몰리게 되고, 이상한 낌새를 느낀 장주호는 그런 현도진을 주목한다.
기본적인 것을 간과한 장주호가 우스워 도진은 일부러 대놓고 피식거렸다. 분명 장주호의 반론이 뒤를 따를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빗나갔다. 돌아온 것은 침묵이었다.
도진이 고개를 들어 장주호를 보았다. 그는 도진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숨겨진 뭔가를 읽어내려는 것처럼. “납치가 아닐 수도 있다.”
장주호의 말대로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는 납치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도진은 아차 싶었다. 실수했다. 장주호를 눌러버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다.
당황한 표정을 감추고 태연히 대답했다. “심경 변화에 의한 가출이더라도,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을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사고일 수도 있는데?” 도진의 입이 꾹 다물렸다.
장주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가차 없이 도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선우신을 보았다. “위치 추적.” - <더블, 정해연> 중에서
끈질긴 수사로 현도진을 살인범으로 체포하지만 사실 이 모든 일이 장주호가 짜놓은 철저한 함정이었음이 드러난다. 한편 현도진을 구속시키고 집으로 돌아온 장주호는 이미 부패가 시작된 아내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장주호 역시 구속되어 국회위원과의 비리관계와 아내 살해 혐의로 처벌받는다. 장주호를 구속시키도록 함정을 파놓은 사람은 다름 아닌 함께 현도진을 잡아 넣었던 팀 막내 선우신이었다.
선우신은 장주호가 쓰던 빗에서 머리카락을 채취해 시신의 손톱에 끼워 넣었다. 온 국민의 질타가 쏟아질 때도 선우신의 성과는 아무도 부정하지 않았다.
경찰 내부의 비리를 터뜨린 양심 형사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장주호에게 배워온 것이 있잖은가. 약간의 돈으로 기자를 매수하면, 언론은 여론을 호도한다 - <더블, 정해연> 중에서
하지만 선우신도...
자네 요즘 아주 잘나간다는 소식 들었어. 승진한 월급이 엄청 나나 보지? 강남 오피스텔에, 고급 외제차에.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라고. 네가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여겼던 그 동아줄은 언젠가 네 목을 조일 거야.’ - < 더블, 정해연 > 중에서
2.느낀점
정해연 작가의 '더블'은 사아코패스 vs 사이코패스 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의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사이코패스 간의 대결 이야기라기보다는 인간은 누구나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잔인성에 대한 흥미는 모두 가지고 있다. 이런 순간이 도진은 재미있다. 세상이 경악할 만한 범죄가 벌어지면 사람들은 기사를 찾아보고 그 잔인성에 혀를 내두르지만,
손은 빠르게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찍힌 현장 사진과 자극적으로 묘사된 기사를 찾는다. 로맨스 영화는 300만 관객을 넘기 힘들어도,
살인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화제를 몰고 오고, 관객이 넘친다. 누구에게나 숨겨진 어둠이 있다. - < 더블, 정해연 > 중에서
누구나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나 발현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더블'의 두 사이코패스는 어떤 계기로 인해서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발견하고 학습된다.
현도진은 어렸을 적 부모로부터 얻게된 경험이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발현시켰다고 말한다.
도진이 하는 모든 일을 용서해 주었다. 옆집 아이를 밀어 다치게 했을 때도, 동네의 큰 나무에 불을 질렀을 때도, 그리고…… 가사도우미를 강간했던 열일곱 살의 그때도. 도진을 혼내기는커녕 눈 깜짝할 사이 모든 일을 처리했다. 강간당했던 가사도우미는 거액의 돈을 받고 서울을 떠났다....(중략)...도진은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했다. - < 더블, 정해연 > 중에서
장도준은 자신을 개취급하는 국회위원을 처리했을 때부터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내의 불륜을 발견하고 나서 부터였다.
'더블'을 집필한 정해연 작가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대부분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에 충격을 받고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0년 전,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보고 이 소설을 썼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이야기가 아직도 쓰일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 씁쓸하다. - < 더블, 정해연 > 중에서
10년전에 놀랐던 그 상황이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범죄에 대해서 철저한 범적 처벌과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임을 말하려는 듯 하다.
그 예가 처음에는 선배 형사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던 선우신이 그 재미에 빠져버린 모습에서 볼 수 있다.
권력이라는 것은 참 재미있었다. 권력은 그를 더 부유하게 하고, 그 부유가 다시 권력이 된다. 가끔, 예전의 꿈을 꿀 때도 있다.
수사 중 살해당한 양 형사의 죽음에 슬퍼하는 자신의 모습, 존경하던 선배의 범죄 행각에 경악하던 모습. 하지만 그 모습들은 모두 순식간에 사라졌다.
장주호 팀장이 승진을 제안했던 그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한 사람의 범죄를 눈감아주면, 그것은 돈과 권력으로 돌아온다. 그 사실을 그때 배웠다. - < 더블, 정해연 > 중에서
사이코패스는 사회가 양산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수사기관에서 법적기관에서 무관심에 의한 방치가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그리고 법기관의 부패는 이를 가속화 한다.
'더블'은 어쩌면 부패한 정부기관들이 사이코패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3.책소개
1)작가소개
작가 정해연은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많은 곳에서 수상한다.
대표작으로는 '내가죽였다', '유괴의 날', '구원의 날', '선택의 날' 등이 있으며 2023년 '유괴의 날'은 드라마로 제작된 바 있다. 주로 추리소설 위주로 글을 쓰며 1981년에 태어나 작가로 살고 있다.
2)책속밑줄
하루 종일 누군가의 뒤를 쫓고, 영업사원도 아닌데 실적에 쫓겨야 한다. 위염은 기본이고, 궤양은 선택이다. 잠자는 시간이 일정키를 바라는 건 사치고, 외진 곳에 잠시라도 차를 세울라 치면 경찰 새끼가 자러 왔다는 소리를 듣는다. 양말 한번 제때 갈아 신지 못해 발가락은 다 갈라져도 달려야 한다. 취조하면 인권 유린이라도 하지 않았나 기자들이 눈을 번뜩이고, 범인 대신 쏟아지는 계란 세례를 온몸으로 막다 보면 악플러가 움직인다. 어떻게든 잡아넣으면 과잉수사고, 놓치면 부실수사다. 그렇게 살다 죽으면 그제야 불쌍하다는 소리 한번 듣는다. - < 더블, 정해연 > 중에서
정의 구현이 경찰의 본분인 것으로 착각하는 풋내기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눈치도, 타협도 빠른 놈이었다. 하긴, 세상에 정의 따위는 없다. 정의는 살아 있지 않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다만 그 이익이 적으면 희생이라 부르고 이익이 많으면 속물이라 말할 뿐이다. - < 더블, 정해연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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