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되고 있는 책중에 ~~잡화점, ~~편의점 등과 같은 제목의 책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러한 제목을 가지고 출판되는 대부분의 책 내용은 힐링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도 제목을 보아하니 딱 그러한 류의 책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한번 읽어보았다.
1. 책소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집필한 윤정은 작가는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며 강연과 저술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다. 경희대 경영대학원의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경희대 국제 캠퍼스에서 교수이기도 하다. 주로 마음과 관련된 강연을 하고 있으며 대표저술서로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세상의 모든 위로', '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 등이 있다.
2012년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11년만에 내놓은 소설 '메리 골드 마음 세탁소'는 힐링소설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큰 인기를 끌었고 해외에서도 출판하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힐링소설들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2. 줄거리
공감하는 능력과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지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었던 지은은 한순간의 실수로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이 속해있던 마을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사라진 가족과 마을을 되찾기까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 지은은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수세기동안 죽지않고 살아간다.
이마을 저마을을 떠돌아다니던 지은은 메리골드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그곳에 있는 우리분식점에서 김밥을 먹으며 분식점 사장과 대화하던 중 자신이 해야할 일을 깨달고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연다. 지은이라는 이름도 이곳에서 지은 것이다.
지난 시절에 누군가의 슬픔을 듣고 위로를 건넨 날이면 지은은 집으로 돌아와 그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빨래를 했다. 조물조물, 세제를 넣고 빨래를 주무르고 하얀 거품을 바라봤다. 빨래를 물에 헹궈낼수록 거품과 함께 옷에 묻은 먼지와 때들도 물에 흘러 내려갔다. 빨래가 끝나면 그들의 슬픔과 아픔도 깨끗이 지워지길 바라며 빨랫감을 탈탈 털어 널었다. 빨래를 걸어두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장면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감정의 찌꺼기들도 같이 말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과거의 기억중 지우고싶은 상처를 지워주는 마음세탁소는 흰티셔츠를 입고 아픈기억을 떠올리면 티셔츠에 얼룩이 생기는데 그 얼룩을 지워 아픔을 치료하는 곳이다. 이곳에 연희, 재하, 연자씨, 영희 삼촌등이 차례로 방문하며 아팠던 기억을 치료하게 된다. 이렇게 아픈 이들의 마음을 치료하고 공감하는 사이 지은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된다.
오랜 시간 도망치듯 살았던 삶에 이제 발붙일 테다. 가끔은 빨랫줄에 널려 있는 저 빨래들처럼 흔들림에 몸을 맡겨볼 테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햇살이 맑으면 따뜻함을 즐길 테다.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를 바라볼 테다. 부족하고 실수하고 방황하고 흔들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마음의 얼룩을 제대로 흘려보내는 비법이 아닐까? ...(중략)...어쩌면 꿈꾸는 일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은 굳이 마법을 쓰지 않아도 우리 모두의 삶에서 가능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삶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는 힘은 실수하고 얼룩지더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용기와 특권 같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 마법은 선택받은 특별한 이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라 당신도 나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모두에게 이 비밀을 알려주려고 지은이 세상에 온 것일까. - <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 중에서
행복은 시련을 통해 만들어 진다는 것을. 과거와 미래가 아니라 오늘이 나의삶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더 이상 지은은 과거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찾으면서 스스로 자신에게 걸어놓았던 저주에서 해방된다.
그리고 기억해. 신은 인간에게 최고의 선물을 시련이라는 포장지로 싸서 준대. 오늘 힘든 일이 있다면 그건 선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엄청난 선물의 포장지를 벗기는 중일 수도 있다는 거지.” 눈을 감고 평온한 미소를 띠며 세상 가장 편안한 표정으로 내리쬐는 햇살을 느낀다. 뜨겁지만, 뜨겁지 않다. 내가 세상에 온 이유를 알았으니까. 이제야, 이제라도.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 오늘이 아름답다. - <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 중에서
3. 개인평점 3.5 / 5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후 이와 비슷한 종류의 힐링소설들이 많이 출판되었다.
이런 책들은 모두 '~~~점'의 이름을 달고 나왔으며 전체적인 흐름들이 모두 비슷비슷하다. 우연찮게 발붙인 한 가게에서 등장인물들의 개인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을 얻고 힐링을 하는 식의 스토리 전개는 처음에는 신선했겠지만 좀 식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메리 골드 마음 세탁소' 역시 비슷한 양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상되는 내용과 짐작할 수 있는 힐링포인트로 인해 신선함을 느낄수는 없는 책이었다. 최근에는 글을 써서 책으로 출판하는 루트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이전보다 쏟아지는 책들이 어마어마하다. 이것에 대한 단점은 거기서 거기인 소설이 넘쳐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공감되는 포인트와 힐링이되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뻔한 스토리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뭉클함이 느껴지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며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야기를 통해 힐링을 느끼는 순간은 대부분이 뻔한 이야기 속에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연자씨'편이었다. 그리고 연자씨를 통해 지은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뀐 부분이었기 때문에 가장 좋았고 느끼는 점도 가장 많았다.
"있지요, 전에는 내 불행이, 내 아픔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살다 보니 모두 아픔을 간직하고 살더라고요. 제 불행만 불행이 아니었던 거죠. 저는 요즘 사는 중 가장 행복해요. 편안해요."...(중략)...연자의 말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는 그냥 지금 이런 일상이 좋아요. 불행하다 느꼈던 상처를 지우고 싶던 순간이 물론 많았지만 그날들이 있었으니 오늘이 좋은 걸 알지 않겠어요. 불행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그 순간들이 있어야 오늘의 나도 있고, 재하도 있으니까요.”...(중략)...
살아 있길 잘했다. 태어났으니, 살아 있으니, 살아지고 숨을 쉬었다. 죽지 못해 살았다. 하지만 이제 살아 있으니 살고 싶어지고 살고 싶어지니 사는 게 행복하다. 행복한 삶을 만드는 건 타인이 아닌 나의 마음가짐이라는 걸 연자는 오랜 시간을 지나 와서야 깨닫는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려고 그토록 긴 불행의 터널을 지나왔는지도 모른다. - <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 중에서
저자는 책을 통해서 말하는 듯 하다. 바꿀 수없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두려워하고 있지말고 지금 현재 나의 시간을 소중히 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행복이란 행복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련을 통해 완성되고 단단해 진다고 말이다.
어쩌면 귀가 따갑도록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왜 공감이 되고 뭉클함을 느끼게 되는 걸까? 시련의 터널을 걷고있는 이들에게 '메리 골드 마음 세탁소'라는 책이 조금은 위로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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