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라는 작품을 통해 알게 된 구병모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아가미'를 읽어 보았다. 책을 펼치는 순간 아! 구병모 작가의 책이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필체와 분위기가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아가미'는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곤'이라는 아이와 그 주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너무나 신비로운 모습이었기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한 소년이 어둠속에 사는 주변사람들에게 생명의 호흡을 불어 넣어준이야기다.
1.책소개
1)작가소개
'아가미'의 작가 구병모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를 국문과를 졸업 후 편집자로 주로 활동했다. 그러다 2009년 '위저드베이커리'라는 책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문장력으로 개성있는 작품을 다수 집필하였다.
대표작으로는 '파과', '아가미',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네 이웃의 식탁' 등이 있으며 초반에는 주로 청소년 관련 서적을 중심으로 집필활동을 하였다. 현재는 다방면의 집필활동을 통해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로 인정을 받고 있다.
2)소설 아가미
'아가미'는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다. 2018년도에 초판을 인쇄한 이후에 지속적인 인기를 끌었다. 독자들의 요청으로 2023년 새표지를 달고 재 발행되었다. 그만큼 많은 독자들이 그녀의 작품에 매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가미'는 그녀 특유의 문장과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으며 그 내용 또한 그녀만의 상상력을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2.줄거리
이내촌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던 강하는 어느날 이내호수에서 아가미를 갖고 있는 한 아이를 건져올린다. 어렸을 적 엄마로부터 버림받아 할아버지와 지내던 강하는 생소한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나름 잘 보살펴 준다.
지난 밤 아이를 업어 올 때는 성가시다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던 소년이었지만, 주워 온 아이의 몸이 보통사람과 같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고서는 태도가 달라졌다. 자신이 알고있던 세계와 무관한 존재, 상식을 교란시키는 피조물을 접한 소년의 마음은 뜻밖에도 평온하고 일상적이었다. 거기에 자신이 그런 존재를 구하는데 일조했다는 사실은 어린 소년에게는 일종의 영예로 다가와 도취 비슷한 감각마저 전해주었는데, 소년은 당시에는 그와 같은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몰랐다.(p.44)
하지만 곤은 특별한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내촌에서도 집에 숨어있다시피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일을 계기로 강하로부터도 학대를 당하며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강하의 엄마 이녕이 등장하면서 평온하던 집안에 변화가 일어난다.
마약을 하고 있는 이녕의 상태를 걱정해 마약을 몰래 버린 어느날 의도치 않게 곤은 이녕을 살해하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강하는 오히려 곤을 먼 곳으로 도주 시킨다.
“날 죽이고 싶지 않아?” 그것은 강하가 원하면 그렇게 되어도 할 말 없다거나 상관없다는, 가진 거라곤 남들과 다른 몸밖에 없는 곤이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였다. 그때 라이터에 간신히 불꽃이 일어났다. “……물론 죽이고 싶지.” 작은 불꽃이 그대로 사그라지는 바람에 곤은 그 말을 하는 강하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곤한테 다시 후드를 씌운 뒤 조임줄을 당겨 머리에 단단히 밀착시키고 강하는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p.185)
이 사건 이후로 곤은 조용한 곳에서 몸을 숨겨 조용히 살고 있었는데 과거에 우연히 곤으로부터 목숨을 구한 해류가 곤을 찾아온다. 해류는 SNS를 통해 곤을 찾던 중 우연히 강하를 만나 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곤을 찾아온 것이었다. 해류는 강하가 어떻게 죽었으며 강하로부터 들은 곤에 대한 그의 감정을 곤에게 전달한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곤은 강속으로 들어가 멀리 멀리 헤엄쳐 사라진다.
강하가 예전에 당신을 어떤 방식으로 싫어했든 간에, 그 싦음이 곧 증오를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걸. 그건 차라리 혼돈에 가까운 막연함이라는 걸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이 마음과 앞으로의 운명에 확신이라곤 없다는 사실뿐이지 않을까요....(중략)...장자의 첫장에는 이런얘기가 있거든요. 북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강하는 당신의 아가미를 제일먼저 발견한 사람으로서 이거야말로 이 아이한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하지만 그래놓고는 당신의 이름을 부른적이 거의 없었죠. 그건 그 다음장에 있던 한줄이 일종의 예언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이 물고기는 남쪽 바다로 가기위해 변신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고 한다. 그의 등은 태산과도 같이 넓고 날개는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과 같으며 한 번 박차고 날아오르면 구만 리를 날아간다고요.(pp.194-210)
3.느낀점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를 읽고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슬프지만 애틋했다.'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구사일생으로 건져졌지만 사람과 섞여 살수 없는 모습으로 건져진 곤. 엄마에게 버림받아 누구에게 정을 주는 방법을 몰랐던 강하.
그런 강하가 신비스러운 모습의 곤을 자신만의 공간에 숨겨놓고 지내면서 어쩌면 강하는 곤을 통해 안정감을 얻었을 것이며 곤 역시 강하를 통해 삶을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곤이 점점 강하만의 독점공간에서 벗어나는 것을 강하는 참을 수 없어 폭력을 일삼게 된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우정을 어떻게 표현하지 못했던 어린 소년의 서투른 표현이었음을 훗날 곤은 알게 된다. 사고로 자신의 엄마를 살해하게 된 곤을 살려주면서 살아주었으면 한다는 강하의 말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고 본다.
사실 인간은 전혀 새로운 존재를 만나게 되면 관심도 생기고 함께 하고 싶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괴롭히면서, 놀리면서 때로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인간은 서투른 존재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서툼을 인정하고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타인의 독특함을 호기심과 증오가 아닌 관심과 사랑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독특했던 타인이 나를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이웃이 될 수 있다.
아가미를 갖고 죽음의 절망에서 건져진 한 소년이 강에 투신한 한 여인을 살리고, 울던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해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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