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에 있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정해연 작가의 새 책 '누굴 죽였을까'를 읽어 보았다. 장편소설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짧은 소설이었다. 내용도 빠르게 진행되어서 금새 읽었다. 그만큼 재미 있고 몰입감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1.줄거리
삼인방이라고 불리며 함께 다녔던 필진, 원택 그리고 선혁은 어느날 마을로 수련회를 온 타고등학교 학생의 돈을 갈취 하려다가 그만 살해를 저지른다.
그런데 사건은 실종사건으로 덮어진다. 진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삼인방은 그렇게 죄가 덮어진 채 평범한 삶을 산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잊고 살던 어느날 원택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절벽 옆이라 위험하기도 했을 터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본 사람도 없고, 행여 시신이 발견된다고 해도 죽인 것이 삼인방이라는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아무런 증거가 없을까? 그때의 그들은 어렸다. 지금보다 훨씬 주의력이 없었다. 원택은 그때 담배를 피웠다. 꽁초를 어디다 버렸을까? 땅을 파고 다시 묻을 때 필진이나 자신이 흘린 증거는 없을까? 몸싸움을 하면 그 증거가 피해자의 몸에 남기도 한다고 들었다. 당시엔 그런 것은 하나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 < 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 중에서
장례식 장을 간 필진과 선혁은 그곳에서 경찰을 만나고 원택이 살해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원택의 시신에서 두 사람이 기겁할 만한 쪽지를 발견한다.
그 순간만큼은 평정을 지킬 수가 없었다. 선혁은 시선을 빼앗긴 듯 두 눈이 종이에 붙박여 있었다. 누군가 휘갈겨 쓴 글씨는 마법처럼 선혁의 심장을 갈라놓았다. 9년 전 너희 삼인방이 한 짓을 이제야 갚을 때가 왔어. - < 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 중에서
하지만 놀라는 순간도 잠시 필진도 동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살해 당한다. 선혁은 곧 다음 타겟이 자신이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9년전 그날의 사건을 기점으로 수소문을 하기 시작한다.
그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하나씩 파헤치던 선혁은 이윽고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리고 모든 것을 뉘우치는 마음으로 9년전 그 사건의 현장으로 간다.
반성하고 있다. 후회도 하고 있다. 9년 전 그런 일을 벌이지 말았어야 했다. 지갑을 돌려달라는 그 아이에게 지갑을 주고 돌려보냈어야 했다. 도망가는 그 아이를 쫓지 말았어야 했다. 자신을 쳤다고 분노하는 원택을 말렸어야 했다. 죽였더라도, 자수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똑같은 일을 벌이지 않았을 거라고 선혁은 자신할 수 없었다. 그때는 그랬다. 친구들과 끼리끼리 돌아다니며 낄낄거리는 것이 우정이라고 생각했다. 친구의 잘못을 덮어주는 것이 우정이었다. 원택은 임신한 선생님을 폭행한 일로 불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까지 받고 있었다. 거기다 살인까지 알려지면 인생이 망가지는 거였다. 느닷없이 죽임을 당한 피해자보다 사람을 죽인 친구의 인생이 훨씬 무게가 컸던, 말도 안 되는 시절이었다. - < 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 중에서
2.개인평점 3 / 5
얼마전에 정해연 작가의 책 '못먹는 남자'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곧바로 정해연 작가의 책 '누굴 죽였을까'가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냥 읽었다.
역시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서론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빠른속도로 진행되었다. 정해연 작가의 장점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똑같은 전개로 결론을 너무 빨리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점에서는 좀 상투적인 추리 소설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기존 작품에서는 그래도 서론에서 시작된 사건의 결말이 충격적이면서도 반전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반전이 너무 쉽게 발각이 되었다.
아마도 반전이 중요한게 아닌 그 반전이 주는 의미가 중요해서 그런것이 아닌가 한다.
점점 흐릿해지는 시야처럼 정신도 몽롱해져 갔다. 그 속에서 선혁은 생각했다. 이승훈을 죽였다. 그 때문에 필진과 원택이 죽었다. 백도진이 죽었으며, 이승훈의 아버지도 죽었다. 이승주는 몸을 팔아야 했고, ...(중략)...어쩌면 그녀 역시 자유의 몸이 되는 순간 자살할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떠올리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우린 누굴 죽인 걸까? 더 생각하려고 했지만, 거기에서 선혁의 정신이 암흑 속으로 떨어졌다. - < 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 중에서
어린시절의 치기어린 행동은 그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이 행한 범죄로 인한 피해는 피해자 당사자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의 가족 역시 피해자와 함께 아픔을 공유하며 함께 지옥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소설 속 연쇄살인범은 원택과 필진을 죽인 자만이 아니라 9년전 나약했던 한 학생을 죽임으로 인해 가족이 풍지박살나게 한 철없는 녀석들도다.
그리고 그것을 방치한 모든 자들도 공범이라 할 수 있다.
3.책/ 작가소개
1)작가소개
'누구를 죽인걸까'의 작가 정해연은 2012년 스토리공모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후로 '더블' 최근에 방영된 '유괴의 날' 등을 통해 한국의 추리소설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2)누구를 죽인걸까
정해연 작가의 최신작 '누구를 죽인걸까'는 철없던 시절 저질렀던 범행이 부메랑처럼 찾아와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내용으로 범죄에 의한 피해는 피해자 당사자 뿐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 모두의 삶에 피해를 준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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