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방식의 추리소설을 써 왔던 정해연 작가가 2023년 8월 '못먹는 남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작품을 내놓았다. '유괴의 날'; '구원의 날' 등을 통해 알게 된 정해연작가의 새 책을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기대한 것 만큼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1.줄거리
어렸을 적 화학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이후로 제영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사람들의 죽음을 보게된다. 그렇게 본 죽음은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영은 이 현상에서 어떤 법칙을 발견한다.
첫번째 법칙. 보이는 대상은 제영이 얼굴을 아는 사람이다.
두번째 법칙. 생의 운명은 바꿔도 사의 운명은 바꾸지 못한다. - < 못 먹는 남자, 정해연 > 중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제영은 죽음을 보지 않기 위해 음식 먹는 것을 극도로 자제한다. 뿐만 아니라 아는 사람의 얼굴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죽음을 보는 사람이 또 한명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개인이라 불리는 이 사람은 자신의 능력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당사자에게 죽음을 알려주어 살 수 있도록 하는 댓가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제영은 믿을 수 없었다. 남자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남자가 하는 말은 이 낡고 어두운 낚시터에서 혼자 라면을 먹기 외로우니 함께 한 젓가락 하러 오라고 하는 부탁이 아니다. 사람의 죽음을 가지고 돈을 벌자는 이야기였다. 대체 받는 돈이 얼마이기에 사람의 목숨이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인가. 무슨 생각을 하면 그게 가능한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의 지난 시간들은 이 저주스러운 운명을 벗기 위한 전쟁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그 운명을 생업으로 삼자는 말인가? 남의 죽음으로 살아가자고? “그런데 너, 나 어디서 본 적 없어?” 제영은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 제영의 표정을 읽었는지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 < 못 먹는 남자, 정해연 > 중에서
그 중개인을 만난 후 제영은 자신이 알고 있었던 법칙 외에 다른 법칙을 알게 된다. 세번째 법칙은 대신사 즉, 다른 사람이 대신 죽으면 죽음의 운명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영은 죽음으로 돈벌이를 하는 중개인을 막기 위해 대신사에 이용당하는 사람을 살려주게 되고 이로 인해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다.
죽음의 위협속에서도 중개인의 계획을 무산시키는데 성공하는 제영. 하지만 죽음의 위협은 제영이 아닌 제영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에게까지 손을 뻗친다.
2.개인평점 : 3 / 5
정해연 작가의 글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읽기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또 너무 가볍지도 않다. 사건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선명한 주제가 드러난다.
이번에 쓴 '못 먹는 남자'를 처음에 제목만 봐서는 죽음 연관된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운명과 대적하기 위해 먹지 않는 남자임을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책에서 말하는 죽음을 보지 않기 위해 먹지 않지만 그 행위 자체가 죽음을 오가는 행위라는 사실이었다. 주인공 제영은 이런 행위로 죽음을 안보고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아버지의 죽음을 막지 못한데 대한 죄책의 행동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죽음을 경험하면서 제영은 죽음을 안다해도 그 죽음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영은 자신이 죽음을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이전에 한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그것은 아주 작은 차이 때문이었다고, 다음에는 반드시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대상이 어떻게 죽을지를 알았고, 운이 좋으면 날짜와 시간까지도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 신이 자신에게 죽음을 보게 한 이유가 거기에 있을 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그것을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막지 못한 그날까지만 해도 말이다. - < 못 먹는 남자, 정해연 > 중에서못먹는 남자-정해연
하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존재의 죽음을 보고도 막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자신은 죽음을 보는 것일 뿐 그 운명을 바꿀수는 없음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죽음을 막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죽음을 맞는 당사자임을 어떤 계기로 알게 된다.
이번 책은 이전의 책 '유괴의 날', '구원의 날', '선택의 날', '홍학의 자리' 등과 같은 전개로 시작된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약간 식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앞에서 전개되는 서론과 본문 이야기의 개연성이 약간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아는 것과 막는 것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잘 다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뉴스에서 심폐소생술로 길거리에서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가 간혹 등장한다.
분명히 예측되는 죽음 앞에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약간의 노력이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예측 가능한 죽음도 인간의 관심과 도우려는 마음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영은 남자를 보았다. 그는 지금 돈이 있었고, 돈이 필요한 사람이 있었다. 모두를 도와줄 수 없다고 해서 한 명도 돕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뿐이었다. “움직이실 수 있으세요? 움직이실 수 있으시면 베드에 누우세요.” 팔도, 다리도 멀쩡해 보이지 않으니 병원으로 이송해줄 모양이었다. 제영은 대원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녁에 약속이 있는데.” 나중에 생각해봐도 참 바보 같은 말이었다. - < 못 먹는 남자, 정해연 > 중에서
3.작가 / 작품 소개
1)작가소개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한 이후 '내가죽였다.' , '봉명동 꽃미남 수사일지' 등으로 여러곳에서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후 '더블'을 통해서 추리소설 분야로 전향하여 '놀라운 페이지 터너'로 스릴러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최근에 방영된 '유괴의 날'을 비롯하여 '선택의 날', '구원의 날'은 정해연 작가를 세상에 알리는데 일조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못먹는 남자
정해연 작가의 최신작 '못먹는 남자'는 불행한 사고로 인해 죽음을 보게된 한 남자가 죽음의 법칙의 예외를 발견하고 그것을 추리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3)작가의 다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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