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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원도(최진영) - 채워지지 않는 가슴 한켠의 구멍

by 글씀맨 2024.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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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구의 증명'의 최진영작가의 책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가 '원도'라는 이름으로 재출간을 하였다. 최진영작가의 책이 역주행을 하고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절판된 책을 독자들이 원해서 재출간했다는 '원도'를 당연하게도 읽어보았다. 

 

원도 책표지
원도/ 최진영/ 한겨례 2024.

 

 

 

1.줄거리

원도는 모든 것을 잃고 길거리에서 버려진 채로 과거를 되새겨 본다. 한때 재산도 있었고, 아내도 있었고, 딸도 있었던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 그렇지만 횡령과 사기, 탈세와 살인혐의로 인해 나락에 떨어지고 만다.

 

원도는 자신의 인생이 왜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는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원도는 자신의 인생의 뒤틀림을 일으킨 과거의 시간에 집착한다. 

 

원도는 6살 때 자신앞에서 죽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고, 재혼한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 말. 원도는 그와 같은 말을 들은 적 있다. 아버지를 믿어라, 원도야. 죽은 아버지가 죽기 전 원도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 스케치북 위에 ‘만족스럽다’라는 다섯 글자를 공들여 적고, 아버지를 믿으라 말하고, 물을 마시고, 죽었다. 죽은 아버지는...(중략)...하지만 기억에 없다. 어머니는 늘 바빴다. 부모 없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바빴고, 죽어가는 노인들을 씻기고 밥을 먹이느라 바빴고, 바쁘지 않을 때는 요한복음을 읽거나 청소를 하거나 우느라 바빴다. 어머니는 드라마를 보며 울었다. 창밖을 보며 울었다. 나사로가 부활하는 부분을 읽고 또 읽으며 울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를 들으며 커피를 마셨고, 그러다 느닷없이 울었다._ < 원도, 최진영 > 중에서

 

원도가 느끼는 어머니는 늘 다른 사람만 돌보는 어머니였고 거기서 원도는 가슴의 큰구멍을 얻게 된다. 이것은 장민석이라는 동갑내기 남자아이와 함께 살면서 극대화 된다. 

 

장민석은 무엇이든 원도가 먼저 선택하도록 했다. 어머니와 산 아버지는 그것을 어른스럽고 의젓한 장민석의 양보와 배려라고 이해했다. 어떻게 양보인가. 모두가 원래 내 것이었다. 장민석은 양보를 하려야 할 수 없다고, 원도는 생각했다. 억울했다. 자기 선택을 신뢰할 수 없었다. 언제나 장민석의 것이 더 좋아 보였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볼품없고 비천한 것이라도, 그런 입장과 역할이라도, 장민석이 가지는 순간 그것은 무엇보다 좋고 탐나는 것이 되었다. 장민석이 나타나기 전까지 원도는 그저 원도였다 - < 원도, 최진영 > 중에서

 

장민석이 등장하고부터 원도는 더 외로움을 느꼈고 항상 장민석의 환영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그런 장민석을 더 애틋하게 바라보는 어머니를 발견한 원도는 가슴의 구멍이 더 커짐을 느낀다. 

 

이런 원도에게 사랑이 찾아오지만 이것 역시 가슴이 구멍을 더 커지게 할 뿐 원도는 항상 결핍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었다. 

 

유경이 바라는 건 남자다운 자기가 아니라 자기가 아닌 다른 남자라는 것에 대해서. 유경은 원도에게 이것저것을 하지 말라거나 이러저러한 것을 하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 나는 오빠가 좀 더 세심했으면 좋겠어. 오빠도 운동 좀 해. 만나서 뭘 할지 오빠가 좀 정했으면 좋겠어...(중략)...당구 채로, 이해한다는 말로, 몇 대 맞을래라는 말로 원도의 오류와 책임을 지적하면서 원도 아닌 다른 존재를 요구하는 선생이나 부모처럼, 유경은 사랑이라는 말을 방패 삼아 있는 그대로의 원도를 부정했다. - < 원도, 최진영 > 중에서

 

어려서부터 생긴 구멍의 크기가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버려짐을 통해 커져감에 따라 결핍이 분노로 바뀌어 가고 그것의 결과물이 바로 살아서는 안되었던 원도가 된 것이라고 결론 짓게 된 것이다. 

 

사는 동안, 잊을 만하면 튀어나와 원도를 궁지로 몰아넣던 질문. 때론 가소롭고, 때론 무섭고, 때론 고통스럽던 질문. 글자나 소리로 이루어진 대답이 아닌, 원도 자체를 요구하던 그것.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이다. - < 원도, 최진영 > 중에서

 

2.개인평가 3 / 5

'구의 증명',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을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있게 읽었다. '원도'는 그 이전의 작품으로 최진영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구의 증명'이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보다는 초기 작품이라서 그런지 좋게 읽지는 못했다. 

 

우선적으로 글의 전개가 어수선하다고나 할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초반에는 모르겠다. '원도'가 그렇게 된 직접적인 이유의 설명은 매우 부족하고 과거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것은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반복된 이야기와 말들은 뒤로 갈수록 지루하게 느껴질 뿐 깊이있는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책을 끝까지 읽자 작가의 의도가 보였다. 

 

버려짐으로 인해 생긴 구멍의 결과물이 곧 '원도'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최진영작가의 책들은 모두 '구멍'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워졌어야할 시기에 채워지지 못한 구멍이 한 사람의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기도 한다는 것. 그렇기에 구멍을 매워줄 사랑에 대해서 작가는 늘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나에겐 사랑이 필요하다는 호소. 그것을 전하려고 계속 소설을 쓰는 것만 같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문장은 ‘이렇게 계속 사랑해도 되는가’라는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핍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넘쳐흘렀다. 언제나 흐르고 있었다. 이 소설은 어쩌면 흐르는 그것을 잠시라도 막아서 내 안에 가두어보자는 안간힘이었는지도. 이 소설을 들여다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그때 원도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다음 질문으로 건너갈 수 있었음을. - < 원도, 최진영 > 중에서

 

그 구멍에 대해 '원도', '구', '담', '소녀' 를 통해 말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단 한사람'을 살리는 것을 통해 완성한다고나 할까? 암튼 이런 관점에서 보니 '원도'의 의미가 다시금 새롭게 다가왔다. 좋은 책이다. 

 

3.책소개

1)작가소개

1981년에 서울에서 출생한 최진영작가는 2006년 '실천문학'으로 작가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후 '구의 증명',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해가 지는 곳으로' 등 다양한 작품을 집필했다. 

 

제 15회 한겨례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등 다수의 입상 경력도 가지고 있다. 주로 결핍과 관련한 소설을 가감없이 현실성있게 쓰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2)책소개 - 원도

이번에 재판된 원도는 2013년 '나는 왜 죽지 않는가'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던 소설이다. 이후 절판되었는데 '구의 증명'과 '단 한사람'의 인기로 인한 것인지 중고책 가격이 치솟게 되자 복간 요청이 생기기 시작했고, '원도'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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